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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페라하우스, 그저그런 지역 공연장 될라”…퐁피두·라스칼라 철회에 부산 ‘두 갈래’ 속 후속개발·활용안 ‘2파전’ 예고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을 중단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라 스칼라 개막공연도 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의 평가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그저그런 지역 공연장 될라”…퐁피두·라스칼라 철회에 부산 ‘두 갈래’ 속 후속개발·활용안 ‘2파전’ 예고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민의힘·남구 정치권 “문화·관광 기회 상실”

민주당·시민사회 “혈세·지역 예술생태계 따진 선택”

15일 이기대 보전·철회 지지 기자회견 잇따라

후속 개발·절감 재원도 새 쟁점

“오페라하우스 자칫 지역 예술계 공연장 전락” 우려도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을 중단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라 스칼라 개막공연도 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의 평가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시 발표 직후 여야 정치권과 전·현직 시정 사이에서 반발과 환영 성명이 잇따른 데 이어 15일에는 시민·환경·문화예술단체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에 나선다. 두 대형 문화사업의 존폐를 넘어 이기대 개발과 부산 문화정책의 방향, 사업 조정으로 확보되는 재원의 사용처까지 논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발표 다음날 시민·환경단체 지지 입장 예고…전날 박형준 등 정치권 반대 입장 잇따라

15일 오전 10시 ‘이기대난개발퐁피두분관반대대책위원회’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퐁피두 분관 철회를 환영하는 동시에 이기대 추가 개발 중단을 요구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참여연대 등이 참여해 퐁피두가 빠진 뒤에도 남아 있는 목조 전망대와 아트파빌리온 등 이기대 예술공원 관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보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부산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문화·시민단체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퐁피두 분관 중단과 라 스칼라 개막공연 철회 결정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해외 유명 문화기관 유치보다 부산 예술인의 창작·제작 기반과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전날 부산환경운동연합은 퐁피두 철회를 환영하면서도 “이기대 보전은 이제부터”라는 입장이다. 목조 전망대와 아트파빌리온 등 남아 있는 개발계획까지 전면 재검토하고 보호구역 지정 등 장기적인 보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참여연대도 두 사업 조정을 환영하면서 퐁피두가 이기대 예술공원의 핵심시설이었던 만큼 전체 마스터플랜과 아트파빌리온 사업까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37억 원 규모 아트파빌리온 사업과 이미 지급됐다고 밝힌 15억 원의 선금 등을 이유로 사업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남명숙 부산시의원은 부산시 결정을 “시민 혈세와 부산의 문화적 미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남 의원은 대형 문화사업의 상징성보다 시민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그 투자가 지역 예술인과 시민에게 어떤 성과로 돌아오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사업 조정으로 재정 여력이 생긴다면 지역 예술인의 창작·제작 지원과 지역 오페라단·공연예술단체 작품 제작, 청년 예술인 육성, 공연장 운영 전문인력 양성, 시민 문화 접근성 확대 등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업 중단에 따른 위약금이나 이미 집행된 예산 등 후속 비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반대 움직임도 표면화했다. 박미순 부산시의원과 서성부·성현달·조상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남구 지역 시·구의원들은 14일 부산시의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퐁피두 분관 백지화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퐁피두가 이기대의 자연경관과 문화예술을 결합해 남구를 새로운 문화·관광 거점으로 만들 사업이었다며 사업 중단의 판단 근거와 검토 결과, 프랑스 퐁피두센터와의 협의 경과, 철회에 따른 행·재정적 영향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김병근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번 결정을 ‘무책임한 문화 포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부산시 여론조사에서 라 스칼라 공연 찬성률이 75%였다는 점을 들어 비용을 줄이라는 요구가 곧 공연 자체를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정과 환경, 계약에 문제가 있다면 입지·규모 조정과 계약조건 개선, 재원 확보 방안을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전 부산시장도 별도 입장문에서 “뒤집기로 부산의 미래는 없다”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퐁피두와 라 스칼라는 단순히 유명 해외 문화기관의 이름을 빌리는 사업이 아니라 부산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국제 문화 네트워크와 관광·문화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장기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과 새롭게 보이려는 것은 다르다”며 “정책을 폐기하기보다 기존 성과 위에 새 비전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 등 지역 주민·문화예술계도 엇갈린 시선…“기회 잃어” vs “지역 역량부터”

특히 퐁피두 예정지가 있던 남구에서는 논쟁이 더욱 민감하다. 그동안 세계적 미술관 유치로 남구의 브랜드 가치와 관광객 유입, 주변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는 시선과 이기대 숲·해안경관 훼손 및 막대한 세금 투입을 걱정하는 시선이 맞서왔다. 이번 결정 뒤에도 남구 정치권에서는 지역 발전 기회를 잃었다는 반발이 나온 반면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기대 자연 자체가 남구의 핵심 자산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 역시 한목소리는 아니다. 퐁피두 철회를 기존 미술관과 지역 예술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라 스칼라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적인 제작 노하우와 국제 네트워크를 축적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부산 자체 콘텐츠와 제작 역량을 먼저 키우고 오페라하우스 운영체계를 충분히 갖춘 뒤 정상급 해외 공연을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다.

◇철회 논쟁서 ‘그 다음’으로…후속 사업·재원 놓고 2라운드

공방의 초점은 점차 ‘두 사업을 왜 접었느냐’에서 ‘철회 이후 무엇을 만들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부산시는 두 사업의 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과 향후 활용 방안을 설명했다. 퐁피두 분관은 남구 용호동 해안 산책로 등이 있는 이기대에 연면적 약 1만5000㎡ 규모로 조성할 계획으로 시비 약 1100억 원과 연간 운영비 약 125억 원이 예상됐다. 부산시는 이기대 환경 보존과 장기 재정부담, 계약상 부산의 권리·공공성 확보 불확실성, 지역 예술계와의 동반성장 계획 부족 등을 들어 사업을 중단했다. 라 스칼라 초청공연도 100억 원대 기존 계획을 접었다. 시는 전체 비용의 절반가량을 기업 기부·협찬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서류상 확약된 금액은 클래식문화재단의 10억 원에 그쳤다. 지역 예술인의 참여·교육과 인재 양성 등 부산에 남길 성과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고 오페라하우스 자체의 시험운영 기간도 필요하다는 것이 부산시 판단이다.

부산시는 퐁피두 대신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강화하고 부산역에서 북항으로 이어지는 보행데크 인근에 연면적 약 5000㎡ 규모의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할 계획이다. 오페라하우스는 올해 말 준공한 뒤 내년 시설·무대 점검과 지역 예술계가 참여하는 시범공연을 거쳐 오는 2028년 정식 개관하고, 운영이 안정되면 라 스칼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공연도 다시 초청한다는 방침이다.

퐁피두를 대신한다는 북항 문화공간이 기존 사업의 문화·관광 효과를 어느 정도 대체할지, 절감되는 재원이 실제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에게 돌아갈지, 이기대의 나머지 개발계획을 어디까지 손볼지가 후속 쟁점이다. 또 일각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자칫 세계적 수준의 공연 유치라는 애초 조성 계획과 달리 지역 예술계 공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을 둘러싼 찬반 자체보다 이제는 부산시가 내놓은 대안이 기존 사업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다수인 부산시의회의 예산 심의와 후속 사업 검증까지 맞물리면 논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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