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배우자가 상속받을 때 공제받는 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일 상속세 배우자공제 등을 물가에 맞게 현실화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8월에는 당시 국세청장이던 임광현 대통령비서실장이 상속세 배우자공제 최저한도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상속세 배우자공제 금액은 1997년 5억∼30억 원으로 정해진 뒤 29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도 크게 올라갔는데 과세 기준은 고정돼 있어 결과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여세 배우자공제 한도 역시 2008년 이후 줄곧 6억 원으로 정해져 있다.
늘어나지 않는 상속·증여세 배우자공제
배우자에 대한 상속과 증여는 다른 가족이나 타인에게 주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정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 부부는 경제 공동체로서 함께 재산을 모은다. 누가 번 돈인지 구분 없이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상속, 증여가 이뤄질 때는 엄격하게 명의를 따진다. 법적으로는 생활비나 의료비 등을 제외한 부부간 자금 이동은 증여에 해당한다. 부부 중 한 명의 이름으로 재산을 관리했다면 사별 뒤 남은 배우자는 최고 50%의 세율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부부간 상속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미국 등과 대비된다.
세금과 함께 따져봐야 할 부분이 상속분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유언 없이 숨을 거뒀을 때 민법상 배우자가 상속받을 수 있는 비율이 적정한가의 문제다. 남은 배우자의 재산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행 제도로는 다른 상속인이 몇 명인지에 따라 배우자의 상속분이 달라진다. 법정 상속 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직계존속(부모) 등 순이다. 자녀나 부모가 있으면 배우자는 공동상속인이 되고, 상속분은 다른 공동상속인의 1.5배다.
이에 따라 자녀가 1명일 때는 배우자의 상속분이 60%로 상당히 높다. 그런데 자녀가 2명이면 상속분이 42.9%, 3명이면 33.3%가 된다.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몫이 적어지는 구조다. 배우자가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지만 상속인 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배우자의 상속분을 직계비속이 있을 때는 50%, 직계존속이 있을 때는 3분의 2로 정해 놓고 있다.
자녀 많을수록 줄어드는 배우자 상속분
2008년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에도 배우자 상속분을 상속재산의 50%로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 경우 현재 60%를 받는 자녀 1명 가구의 배우자보다 오히려 몫이 줄어든다. 이를 고려해 2014년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는 혼인 기간 중 증가한 재산 가운데 절반을 우선 배우자가 상속(선취분)하고, 나머지는 현행 방식대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우자가 상속받는 몫이 늘면 자녀의 상속권이 제한되고, 배우자 증여 공제를 확대하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하다. 제도 개편 방향에 따라선 혼인 유지 기간별로 배우자 상속분을 달리하는 등 상속·증여 제도가 더 복잡해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배우자가 재산 형성에 실제로 이바지한 것보다 적은 돈을 상속받거나 사별 이후 갑자기 생계가 불안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제 금액을 물가 상승에 연동하는 방안이 배우자 상속·증여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배우자는 단순한 상속인이 아니라 재산을 함께 일궈낸 한 축이라는 점을 법제에 더욱 분명하게 반영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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