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45조 요구…‘OPI 상한 폐지’ 두고 노사 충돌 지속
블랙리스트 의혹에 경찰 수사 착수…내달 21일 총파업 예고
파업 시 최대 10조원 손실...글로벌 패권 경쟁 속 결속 절실
2024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블랙리스트’ 의혹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보상 체계에 대한 노사 간 견해차가 뚜렷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성과급 재원 45조 요구…주주 배당·R&D 투자액 상회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노조 측은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OPI는 경영 목표 초과 시 초과이익의 20% 범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노조는 이 상한을 없애는 동시에 비공개 지표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의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올해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해 약 40조5000억원의 재원 마련을 요구했으나 최근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300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요구액은 약 45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 배당금인 11조1000억원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집행한 전체 연구개발(R&D) 투자비 37조7000억원도 크게 웃돈다.
사측은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될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한 시설 투자 및 기술 개발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경찰 수사 의뢰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사진=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불거진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태를 법적 공방으로 확산시켰다.
최근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부서명, 성명, 사번 등이 포함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유포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일부 직원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임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명단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명단 작성이 노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노조가 총파업 계획을 알리며 파업 미참여 직원을 색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9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노사 간 신뢰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주주 환원 위축 및 사업부 간 위화감 조성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의 장기화가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성과급으로 편중될 경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재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져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의 요구안이 반도체(DS) 부문의 높은 실적에 근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작은 DX 부문 직원들과의 내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에 따른 보상 격차 심화가 조직 전체의 결속력을 저해하고 인력 관리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 실적이 경영 부담으로…조기 봉합이 관건
노조는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는 별개로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노조는 오는 23일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협상이 최종 부결될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분기 역대급 실적이 사측에는 보상 확대 요구를 강화하는 근거가 되면서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내부 갈등이 경영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이에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추가 협상 내용이 삼성전자 경영 안정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사 관계의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 내부 결속력이 무너질 경우 기술 초격차 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만큼 노사가 합리적인 균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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