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일본에게 3점을 내어준 한국 선발 투수 소형준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요하시=정세영 기자
충격적인 패배다.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 야구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한 점도 뽑지 못하고 무너졌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한국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패한 것은 20년 만이다. 한국은 2006 도하 대회에서 프로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고도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나선 일본에 7-10으로 졌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슈퍼라운드와 결승에서 일본을 연달아 꺾었고, 3년 전 열린 항저우 대회 슈퍼라운드에서도 2-0으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사회인야구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선수들 몸값으로 보면 패배는 더 뼈아프다. 한국은 24명 전원이 KBO리그 소속 프로선수다. KBO 홈페이지에 공개된 올해 연봉을 합치면 대표팀 24명의 연봉 총액은 54억2900만 원, 1인당 평균은 약 2억2600만 원이다. 이날 일본전에 선발 출전한 야수 9명과 선발투수 소형준(KT)의 연봉만 합쳐도 30억6400만 원이다. 반면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와 ENEOS, 오지, NTT서일본 등 기업팀에서 급여를 받는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4회초 한국 선발 소형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이 위기에 몰리자 최원호 코치와 포수 조형우가 마운드에 올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패배로 결승 진출 계산도 복잡해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5-0으로 꺾은 결과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올라왔지만 일본전 패배로 1승 1패가 됐다. 일본은 조별리그 중국전 승리에 한국전 승리까지 더해 2승을 쌓았다.
한국은 26일 중국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을 꺾고 일본이 대만까지 잡으면 한국은 2승 1패로 결승에 오른다. 반대로 대만이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꺾으면 한국과 일본, 대만이 모두 2승 1패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동률 팀들의 TQB(Team’s Quality Balance)를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TQB는 득점을 공격 이닝으로 나눈 값에서 실점을 수비 이닝으로 나눈 값을 빼 계산한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5-0으로 꺾은 결과도 이때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선발 소형준은 3회 말 한꺼번에 3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쓰지모토 유키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야노 유키야를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았다. 그러나 1사 1루에서 소에다 마나미에게 볼넷을 내줬고, 무코야마 모토키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1사 2, 3루에서 아이자와 료스케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어 미즈타니 쇼헤이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때 김주원(NC)의 실책까지 겹쳐 0-3으로 벌어졌다. 소형준은 3이닝 4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3실점(2자책)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2사 1,2루에서 일본 소에다의 안타에 홈인한 와다가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6회 말에도 추가점을 내줬다. 세 번째 투수 조병현(SSG)이 선두타자 구마다 도요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1사 1루에서는 와다 게이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조병현은 쓰지모토 유키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2사 1, 2루에서 야노 유키야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KT)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점수는 0-5까지 벌어졌다.
한국 타선은 끝내 일본 마운드를 뚫지 못했다. 일본 선발인 사회인야구 오지 소속의 왼손 투수 히구치 신은 7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삼진 4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지난 21일 중국전에서 86개의 공을 던진 뒤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투수에게 프로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기며 순항했던 한국은 가장 중요한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예상하지 못한 완봉패를 당했다. 아시안게임 5연패를 노리는 한국이 이제 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전 승리부터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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