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편하려고 시골 갔다가 집의 노예가 된다.”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잔디 관리부터 집 수리, 이웃과의 갈등까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한 건축 전문가는 전원주택을 짓기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조건들을 공개했다.
귀농 인구 8.5% 증가…도시로 돌아간 귀촌인도 18만명
25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국가데이터처가 공동 발표한 ‘2025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 인구는 1만1617명으로 전년(1만710명)보다 8.5% 증가했다. 귀농 가구도 8735가구로 6.0% 늘었다.
특히 고령층과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귀농인 가운데 70대 이상 비중은 2015년 5.7%에서 지난해 8.5%로 높아졌다. 여성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1.2%에서 37.0%로 상승했다.
반면 농업에 종사하지 않고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촌은 감소했다. 지난해 귀촌 인구는 41만3464명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고, 귀촌 가구도 31만6977가구로 0.5% 감소했다.
귀촌을 결심한 이유로는 일자리(32.1%)가 가장 많았으며 주택(26.1%), 가족(25.4%)이 뒤를 이었다.
농촌에 정착했다고 모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최근 5년 이내 귀농·귀촌한 사람 가운데 귀농인 1969명(3.4%), 귀촌인 약 18만4000명(8.3%)이 다시 도시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정착까지 상당한 준비도 필요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2월 26일 발표한 ‘2025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 평균 준비 기간은 귀농 27.4개월, 귀촌 15.5개월이었다.
다만 귀농·귀촌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약 70%에 달했다. 현재 거주 지역에 계속 살겠다는 비율도 귀농 97.0%, 귀촌 86.3%로 높았다.
“시골집 전세 2년 먼저 살았다”…집 짓기 전 고려사항은
그렇다면 전원생활에 성공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최근 구독자 약 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새멋TV’에 출연한 가온건축 임형남 대표는 “집터의 풍경이나 건축 설계보다 이웃과의 관계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 동네에 와서 내가 여기서 융합하고 살 수 있을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건축주는 마음에 드는 마을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집을 짓지 않았다. 대신 2년 동안 전셋집에 머물며 주민들과 어울렸다. 마을 분위기에 적응하고 이웃들과 관계를 쌓은 뒤에야 인근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임 대표는 “집이야 어떻게든 짓지만 더 중요한 건 동네 사람들, 그다음에 자연과 어떻게 친해질 것인가”라며 적응 기간 없이 이주하면 실패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부부가 함께 은퇴 후 전원생활을 계획한다면 서로의 생활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남편의 뜻에 따라 시골로 이사한 아내가 기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포기하지 못해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혼자 남은 남편마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도시로 복귀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편하려고 갔다가 집의 노예”…잔디밭도 신중해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전원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집 안팎의 관리 업무를 대부분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임 대표는 “전원주택에 가면 내가 다 해야 한다”며 “전구 하나도 못 갈아 덜덜 떠는 분들은 전원주택에 가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전원주택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넓은 잔디밭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는 일이 반복되면 휴식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는 “내가 집에 편하려고 갔는데 집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며 잔디 대신 마당에 마사토를 깔고, 꽃밭은 일정한 구역 안에서만 가꾸는 방법을 제안했다.
테라스나 수영장 역시 설치 후 유지·관리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산을 짤 때도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뿐 아니라 가구·집기, 세금, 조경 공사비 등 추가 지출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임 대표는 “약 5년 전 경기 가평·청평 일대에 마련한 땅을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개망초가 자라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식물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자연에 들어가면 자연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여기 얹혀 있는 것”이라며 “잡초를 포함한 자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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