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왼쪽부터)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상구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두나무가 4년 만에 사외이사진 재구성에 나섰다. 회사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상구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금융 관료 출신과 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이사회에 영입하는 것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향한 규제 대응 역량을 보강하는 동시에 AI를 필두로 한 기술 경쟁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도규상·이상구 카드, 두나무가 이사회에 올린 두 과제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5~6월 중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나무는 임시주총 의결권 부여를 위한 주주명부 기준일을 5월6일로 공고했다.
이번 인선의 첫 번째 축은 규제다. 도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을 거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도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서는 가상자산 제도화와 감독 체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차원을 넘어 정책과 감독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배치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다. 가상자산 산업이 법과 제도 안으로 깊숙이 편입될수록 규제 해석과 대외 대응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 전 부위원장의 선임은 이를 이사회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른 한 축은 기술이다. 이상구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데이터 기반 지능형 컴퓨팅, 자연어처리(NLP), 추천 기술 등을 연구해온 학계 권위자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전자거래학회 회장직과 서울대학교 휴먼트윈인텔리전스 연구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두나무가 이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AI를 단순한 서비스 보조 기능을 넘어 경영 판단과 플랫폼 전략을 좌우할 이사회 의제로 격상시키겠다는 신호다. 거래 데이터와 이용자 행태 분석, 추천 및 탐지 기술은 플랫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두나무는 현재 △AI 상담 답변 추천 △AI 디지털 자산 시황 요약 △블록체인 및 연관 데이터 온톨로지(지식표현) 구축 △AI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로 전년 대비 19% 증가한 506억 원(매출 대비 3.25%)을 집행했다.
이 때문에 이 교수의 두나무 이사회 합류는 결국 단순한 가상자산거래소 이후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기술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카카오 출신 이후 4년만 사외이사
이번 인선이 눈길을 끄는 배경에는 오랜 기간 비어있던 사외이사 자리가 다시 채워진다는 점도 있다. 두나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대 주주인 카카오 측 인사들이 사외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카카오가 두나무를 전략적 협업 대상보다는 재무적 투자자(FI) 관점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며 이사회에서도 발을 뺐다.
도 전 부위원장과 이 교수는 그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사외이사다. 과거 사외이사가 주주 구성과 밀접하게 연동됐다면 이번 인선은 회사가 당장 필요로 하는 특정 기능을 이사회에 직접 수혈하는 방식에 가깝다.
도 전 부위원장이 규제와 정책의 축이라면 이 교수는 AI와 데이터의 축을 담당한다. 두나무가 사외이사를 재배치하는 이유를 단순한 공석 보충으로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본격적인 제도화 국면에 진입했고 플랫폼 경쟁은 AI 활용 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 인선 카드는 결국 업비트의 외형 성장 그 자체보다 그 성장을 어떤 통제 체계와 기술적 토대 위에 올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두나무의 전략적 답변이다. 단순히 사외이사 인물을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두나무 이사회가 향후 어떤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을 옮겨갈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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