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AI 수혜주로 꼽히는 팔란티어가 'AI의 역설'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자 이 회사의 경영진은 AI가 조잡하다는 비난을 쏟아내며 경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란티어 경영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요 AI 연구소들의 모델이 대기업 시스템에 통합되기에는 지나치게 조잡하고 신뢰할 수 없는 "슬롭(Slop)"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를 뜻하는 이 단어는 무려 17번이나 반복됐다.
알렉스 카프 CEO는 AI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온갖 허접한 AI 업체를 살펴봐야 한다"라며 "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팔란티어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팔란티어는 대규모 데이터를 중앙 집중화, 관리 및 분석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이 공급망 계획이나 무기 투하 위치 선정과 같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AI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하며 2023년에는 AI 플랫폼(AIP)을 공개했다. 이후 주가는 지금까지 1600% 상승했고, 2023년에는 창립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올해 초 '사스포칼립스' 현상과 같이 언젠가는 AI가 팔란티어 플랫폼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분기에서 사상 최고의 매출과 이익은 기록했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미국 상업 부문 예약 증가율이 전 분기 137%에서 45%로 둔화됐다. 루이 디팔마 윌리엄 블레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몸값은 팔란티어의 시가 총액을 뛰어 넘었다.
이미 상당수 SaaS 업체들은 AI로 인해 소프트웨어 업계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항변해 왔다. 수십년 동안 축적된 전문 데이터와 업무 통합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범용 AI가 이를 대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특히 팔란티어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를 처음 도입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나아가 샴 산카르 팔란티어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모델이 더 좋아지고, 더 저렴해지고, 더 강력해질수록 우리는 이득을 본다"라며 "AI 연구소들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공급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최근 팔란티어와 경쟁하는 데이터 연결 및 구조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팔란티어 출신 직원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산카르 CTO도 컨퍼런스콜에서 두 회사가 팔란티어의 FDE를 모방한다고 비판했다.
팔란티어는 여전히 자체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회사의 모델을 가져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향상하는 데 활용한다. 특히 언어 모델을 원유에 비유하며, 팔란티어는 그 모델을 활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정유소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원유(AI 모델)'가 스스로를 정제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팔란티어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사 다이렉션의 제이크 베한 책임자는 "팔란티어에 대한 논쟁은 성장 여부가 아니라, 팔란티어가 AI 스택에서 필수적인 요소인지 아니면 점점 저렴해지는 AI 모델을 감싸는 값비싼 '레퍼'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조차 팔란티어를 넘어 AI를 적극 채택하고 있다. AI 방위산업 스타트업인 리전 인텔리전스의 벤 반 루 공동 창립자는 "메이븐은 수천가지 워크플로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라며, 향후 10년은 이를 넘어서는 다양한 AI 솔루션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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