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 후임으로 하드웨어 전문가인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을 임명했다. 애플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터너는 AI 중심의 혁신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왼쪽)과 팀 쿡 CEO /사진 제공=애플
애플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2011년 취임한 쿡이 오는 9월1일 CEO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후임인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그는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와 같은 핵심 제품 설계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지난 2021년 1월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터너스는 올해로 50세인데 이는 팀 쿡이 스티브 잡스로부터 CEO직을 넘겨받았을 때와 같은 나이다. 애플은 평소 임원들의 공개 활동을 제한하지만 터너스는 최근 몇 년간 대외 활동을 늘리며 후계자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아이폰 에어 공개하며 약 10년 만의 대대적인 디자인 개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경영 승계는 애플에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 애플이 두드러지는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애플은 비교적 이른 2011년 음성비서 시리를 도입했지만 오픈AI의 챗GPT처럼 수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AI 제품은 아직 선보이지 못했다. 특히 시리는 아직 인간 비서처럼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에 나서기보다 구글의 제미나이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올해 말 출시가 예상되는 업그레이드된 시리를 포함한 AI 기능 구동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그동안 애플의 AI 전략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피하는 방향이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경쟁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특히 아이폰에 AI를 통합하는 작업은 터너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크널리시스리서치의 밥 오도넬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애플 자체 역량에 더 의존하면서 외부 파트너 의존도를 줄이는 더 나은 AI 전략과 제품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터너스의 승진은 회사가 폴더블폰, 증강현실(AR) 글라스, 가상현실(VR) 기기, AI 핀 등 새로운 하드웨어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노트르담대학교 경영학과의 티모시 허버드 부교수는 "하드웨어 리더인 존 터너스를 선택한 것은 AI의 미래가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긴밀히 통합된 디바이스를 통해 구현될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판매는 계속해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분기 아이폰 매출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3% 증가한 853억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쿡은 아이폰 수요가 "말 그대로 엄청났다"고 밝혔다.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도 준비 중이다.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 벤 바자린 CEO는 이를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핵심 질문은 아이폰 이후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이 분야들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그 이후 무엇이 나올 수 전혀 알 수 없지만 분명 어떤 형태의 AI 하드웨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너스는 애플 서비스 사업에서의 AI 확장도 이끌어야 한다. 애플케어, 아이클라우드, 애플TV+, 애플페이 등의 구독 기반 서비스가 애플 사업에서 갖는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챗GPT, 클로드 등 생성형 AI 서비스의 유료 버전을 사용할 때 수수료를 받는다.
포레스터의 디판잔 차터지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로 인해 소비자와 기술의 상호작용 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향후 애플의 환경은 매우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터너스는 애플이 프라이버시 중심의 전략을 유지할지, AI 기반 개인화 전략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결정도 내려야 한다. 쿡 체제에서 애플은 메타와 구글과 달리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 대신 프라이버시를 핵심 차별점으로 유지해왔다.
애플은 다음 주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은 터너스의 향후 전략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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