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딸은 아버지가 울지 않고 웃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중계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서정(24·제천시청)과 KBS 해설위원으로 딸의 경기를 지켜본 여홍철의 이야기다.
여서정은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최종 14.48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이다. 이로써 여서정은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보유하게 됐다.
그 순간 KBS 중계석에는 아버지 여홍철이 있었다. 여서정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여홍철은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이영호 캐스터는 “여서정 선수를 ‘레전드’라 부르겠다”며 환호했다.
여홍철은 딸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울컥했고 결국 눈물을 훔쳤다. 잠시 후에는 두 팔을 들어 만세를 외쳤다. 금메달을 따낸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고생했다. 집에 오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 여서정 선수가 낙지, 전복 같은 해물류를 많이 좋아한다.”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이 아닌 아버지 여홍철의 말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마친 여서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취재진과 만난 여서정은 아버지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나를 믿는 것도 있지만 8년 전에는 너무 어렸고 지금은 많이 컸으니까 아버지가 안 우시고 웃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8년 전에는 열여섯 살이었다. 이제 스물네 살이 된 딸은 아버지가 자신의 성장을 지켜보며 웃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홍철은 여전히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녀가 똑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보유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인 여홍철은 1994 히로시마와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딸 여서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과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와 올림픽 은메달, 딸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와 올림픽 동메달이다.
여서정은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아버지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은 긴 재활 끝에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서정은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어깨 탈구 부상을 겪었다. 이후 재활 과정에서는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찾아왔다. 도마에 뛰어오르기까지 부상과 회복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1위로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도 경쟁자들을 제쳤다. 1차 시기에서 14.466점, 2차 시기에서 14.100점을 받았다. 두 차례 평균 14.283점에 보너스 0.2점을 더해 최종 14.483점을 기록했다.
지난 항저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북한 안창옥은 13.666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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