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록 원장 "PM이 연구 지속·중단·목표 수정 결정"…성과 평가 방식부터 바꾼다
850개 수탁과제 중 85%가 5억원 이하…개인·단기 연구 넘어 국가 난제 해결로
"연구를 계속할지, 중단할지, 목표를 수정할지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결정합니다."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도전한 연구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내놓은 해법은 실패의 책임을 개별 연구자에게 떠넘기는 대신, 연구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하면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때 목표 달성 여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기술의 활용 가능성도 평가에 반영한다.
오상록 KIST 원장이 17일 서울 성북구 본원에서 열린 'KIST 임무중심연구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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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서울 성북구 본원에서 열린 'KIST 임무중심연구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도전적인 연구의 성과 평가와 실패에 따른 책임 문제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 원장은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연구를 계속할지, 중단할지, 목표를 수정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연구자 개인에게 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임무중심 연구체제 전환의 핵심이 연구조직 개편을 넘어 평가와 운영 방식의 혁신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패해도 성과는 자산으로…PM이 지속 여부 판단
오 원장이 제시한 성과 평가 기준은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개발 시점과 산업적 가치다. 모든 임무에 정량적인 목표와 종료 시점을 설정하고, 연구 단계마다 달성 여부를 점검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활용할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차세대반도체연구소는 기존 컴퓨팅 기술보다 연산 성능을 1000배 높이고 전력 소비를 100분의 1로 줄이는 무작위성 처리장치(RPU)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청정수소융합연구소는 2033년까지 수소 생산단가를 ㎏당 1달러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PM은 단계별 목표의 달성 여부를 점검해 연구를 계속할지, 중단할지, 목표를 수정할지 결정한다. 다른 연구진이 같은 기술을 먼저 개발했거나 당초 목표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면 연구를 중단할 수도 있다.
다만 실패를 무조건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장준연 부원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실패한 경우와 연구자의 태만으로 실패한 경우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며 "성실한 실패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실한 실패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은 다른 연구에 활용할 자산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오상록 KIST 원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성북구 본원에서 열린 'KIST 임무중심연구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7개 연구조직의 PM들과 함께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고 있다.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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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개 과제 중 85%가 5억원 이하"…연구 방식 바꾼 이유
KIST가 연구체제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소규모·단기 과제에 분산된 기존 연구구조가 있다. 오 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KIST의 정부 수탁과제는 약 850개로, 이 가운데 85%가 5억원 이하 과제였다. 연구자들이 통상 3년 안팎의 과제를 수행하며 논문과 특허를 내더라도 기술 실증과 산업화까지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KIST는 2024년부터 연구자 개인의 전문 분야가 아닌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역량을 결집해 왔다. 현재 차세대반도체, AI·로봇, 기후·환경, 청정수소, 뇌과학, 천연물신약, 우주용복합소재 등 7개 연구조직을 운영 중이다.
전환 과정에서 "연구를 잘하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느냐"는 연구자들의 이견도 있었다. 오 원장은 기존 연구 성과를 부정하기보다 더 큰 문제 해결로 연결하자는 취지를 설명하며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체감한 가장 큰 변화로 연구자 간 팀워크가 살아난 점을 꼽았다.
KIST는 임무중심 연구체제로 전환하며 얻은 경험을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다. 다만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모방은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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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원장은 "국가 아젠다가 곧 임무는 아니다"라며 "각 연구소가 구체적인 수치와 달성 시점을 담은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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