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경 7만명 투입…산발적 충돌에도 폭력 사태는 진정 국면
시민들 “당국 집회 제한은 민주주의 위협”…31일 추가 시위 예고
“내 말 들어봐”
한 시민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릴에서 집회 도중 경찰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집회에 참여했지만 1주 전에 비해 폭력 사태는 줄어들었다. 신화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정부의 강경 대응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24일(현지시간) 또다시 벌어졌다. 고등학생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여한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명이 나왔다. 당국의 집회 금지와 막판 행진 경로 변경 등으로 혼란이 빚어지고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지만 지난주 같은 대규모 폭력 사태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이 이날 저녁 “행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르몽드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그는 약탈과 기물 파손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극히 제한된 도시에서만 일어났다”며 “지난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당국이 허가한 집회를 중심으로 시위가 있었다. 파리에서는 앞서 노동조합들과 경찰청의 합의에 따라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바스티유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청은 전날 저녁 일방적으로 경로를 변경해 파리 남동쪽 외곽으로 행진하도록 했다. 당국은 경찰과 헌병대 등 치안 인력 7만명을 배치하고, 장갑차·무인기(드론)·헬리콥터도 동원했다. 일부 지역에서 집회 금지와 통행 제한 조치도 시행했다.
파리 시민들은 정부의 집회 제한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파리 시위에 참여한 학생 메일런 에포노(19)는 NYT에 “당국은 우리를 파리 외곽으로 밀어내 눈에 띄지 않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 공무원인 뱅상 샤라슈(35)는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의욕을 꺾으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시위에서는 생활비나 연료 가격 상승을 언급하는 목소리보다 국가와 정부, 특히 경찰을 향한 강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ACAB(경찰은 모두 개자식이다)” “모두가 경찰을 싫어한다”는 외침이 반복됐다. “프랑스 청년들은 국민연합(RN)을 증오한다” 등 극우 세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국의 집회 제한 조치와 통제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여러 도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부딪쳤다. 파리에서는 공식 행진이 대체로 평화롭게 이뤄졌지만 해산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폭죽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나 물대포를 발사했다. 당국은 공식 행진에서 이탈한 폭력 시위대 약 500명이 충돌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리옹·릴·툴루즈·클레르몽페랑 등에서도 집회 금지 조치에 불응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시위로 1314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7일 같은 시간대의 체포 인원인 385명보다 많다. 당국은 시위 현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강화한 것이 폭력 사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도 여럿 나왔다. 툴루즈에서 20세 남성이 손에 중상을 입었으며, 푸아티에에서도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왼쪽 눈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적으로 41만명이 행진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지난 주말 시위 참가자(55만명)보다 작은 규모다. 반면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참가자가 8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오는 31일에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포르투갈·벨기에·알바니아 등 유럽 곳곳에서 고물가와 정부 정책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수천명이 참가한 행진이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로마와 토리노 등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일어났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퇴직자와 시민 수천명이 정부에 “공적 연금에 손대지 말라”고 요구하며 행진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