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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포츠단상] 뜨거워진 경기장, 평화로운 스포츠 문화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최근 한국 프로스포츠의 열기가 뜨겁다. 프로야구는 2025년 정규시즌 관중 1천231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고, 프로축구 역시 2026시즌 K리그1이 시즌 초반 누적 관중 84만 명을 넘어서며 지역 정체성과 팬덤을 결집시키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단상] 뜨거워진 경기장, 평화로운 스포츠 문화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최근 한국 프로스포츠의 열기가 뜨겁다. 프로야구는 2025년 정규시즌 관중 1천231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고, 프로축구 역시 2026시즌 K리그1이 시즌 초반 누적 관중 84만 명을 넘어서며 지역 정체성과 팬덤을 결집시키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경기장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장소를 넘어 가족, 연인, 친구, 지역 팬들이 함께 모이는 문화 소비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포츠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관중 증가는 티켓 수입과 구단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지역 상권, 도시 이미지, 스포츠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장이 뜨거워질수록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도 커진다. 관중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좌석이 채워진다는 뜻만은 아니다. 응원 열기, 라이벌 의식, 판정에 대한 반응, 승패에 따른 감정의 폭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스포츠의 매력은 이러한 감정과 경쟁에서 나오지만, 그 감정이 응원의 에너지로 머물지 못하고 상대를 향한 조롱, 혐오, 적대감으로 변질될 때 문제가 된다. 특히 라이벌전과 같이 감정의 밀도가 높은 경기에서는 작은 언행이나 판정 논란도 경기장 분위기를 쉽게 긴장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관중은 경기장을 즐거운 여가 공간이 아니라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구단과 리그의 이미지뿐 아니라 스포츠가 지역사회 안에서 지닌 문화적 가치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안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팬들의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운영과 대응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경기장은 실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 참사와 2024년 기니 축구 경기 압사 사고는 관중의 감정, 현장의 대응 방식, 군중 흐름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때 경기장이 얼마나 쉽게 위험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경기장의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열정이 존중과 공존의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일상 문화 속에서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기장의 규칙과 절차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홈팀과 원정팀 관중의 응원석을 나누고, 출입 동선을 분리하며, 일반 관람 구역과 응원 지정 구역을 구분하는 일은 단순한 운영상의 편의가 아니다. 서로 다른 감정과 관람 방식이 불필요하게 부딪히지 않도록 완충 공간을 만들고,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일상적 평화의 장치이기도 하다. 야구장에서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에 설치된 보호망 역시 파울볼을 막는 안전장치이면서, 관중과 경기 참여자 사이에 필요한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작은 거리와 경계, 안내와 동선이 감정의 충돌을 줄이고 공존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팬들의 감정은 경기장 안에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경기 전후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구단 SNS,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응원과 불만은 빠르게 확산된다. 특히 판정 논란이나 선수 실수, 라이벌전 패배 이후에는 온라인의 분노와 조롱이 경기장 분위기에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구단과 리그는 오프라인의 안전뿐 아니라 온라인 소통 환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사실에 기반한 빠른 설명,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대응 기준, 팬 커뮤니티의 자율적 문화 형성은 일상 속 평화를 지키는 또 하나의 조건이다.

결국 스포츠산업의 성장은 관중 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응원하고,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며, 패배와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성숙한 스포츠 문화는 갈등이 없는 문화가 아니다. 갈등과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규칙 안에서 표현하고, 상대를 적이 아니라 함께 경기를 완성하는 경쟁자로 인정하는 문화다.

뜨거운 경기장은 스포츠산업의 희망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열기가 오래 지속되려면 평화로운 경기장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스포츠의 평화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반복되는 작은 운영의 노력과 성숙한 팬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좋은 스포츠는 단순히 이기는 법만 가르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더라도 같은 규칙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양홍위 수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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