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로드쇼…이르면 12일 상장
아람코 2배 넘는 역대 최대 기업공개
발사체·위성·통신 등 ‘전방위 플랫폼’
韓, 정부주도·시장제약 한계 못 벗어나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드디어 이번주 기업공개(IPO) 일정을 시작하면서 증권가는 물론 우주산업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진정한 '민간 우주산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총성과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발사체 기업으로 출발한 스페이스X는 위성과 위성통신, 국방 사업까지 아우르는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치를 수천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업계의 관심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얼마나 흥행할 지, 그리고 한국판 스페이스X도 가능할 지 여부에 쏠렸다. 한국도 누리호 발사 성공과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민간 우주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사업 의존도가 높고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우주산업의 경쟁이 발사체 개발을 넘어 위성·통신·데이터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역시 기존 정부 주도의 성장 공식을 깬 새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6월 4일부터 미국을 비롯해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IPO 로드쇼에 나서며, 같은 달 11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이르면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달러(약 3005조원)로 추정되며, 이번 IPO의 조달 목표액만 750억달러(약 113조원)에 이른다. 목표대로면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기록했던 294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는 우주산업 전 영역에 걸쳐있는 스페이스X의 포트폴리오에서 나온다.
회사는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Falcon) 시리즈로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낮췄고, 드래곤(Dragon) 우주선을 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송 임무도 수행한다.
여기에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를 구축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와 우주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과거 우주산업이 발사체 개발과 위성 제작 등 개별 영역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위성, 통신 서비스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묶어냈다는 게 차이점이다.
위성을 발사하고 직접 운영하며, 이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다시 우주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업계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로켓 제조기업이 아닌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기존 항공우주 기업들과는 다른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이스X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경쟁 구도를 바꿔놨다.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뿐 아니라 아마존의 위성통신 프로젝트 '카이퍼'(Kuiper)가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국가 차원의 저궤도 위성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 역시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인 '아이리스2'(IRIS2)를 추진하며 우주 인프라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제 우주산업 역시 플랫폼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만 개발하는 것보다 위성통신과 데이터, 국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국내 우주산업도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체계종합을 맡으며 민간 발사체 산업을 이끌고 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중형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개발 등에 참여하며 위성체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쎄트렉아이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도 위성 제작과 위성 데이터 활용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 우주산업은 여전히 흩어져 있고 정부 의존도가 높다.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군 정찰위성 등 주요 사업 대부분이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처럼 민간 통신 서비스나 상업 위성 시장이 우주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올해 발표한 '5대 우주강국 진입을 위한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구축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중 정부가 투자하고 일부 민간 협력이 이뤄지는 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일본·독일·프랑스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는 3단계, 미국은 민간이 자체 투자하고 정부가 서비스를 구매하는 4단계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규모도 제한적이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를 통해 수백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 발사체와 위성 제작 중심 사업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저궤도 위성통신과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 우주산업의 성패가 결국 민간 기업이 독자적인 시장과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발사체와 위성 개발 능력은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통신과 데이터, 서비스 사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다.
STEPI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주 강국 도약의 핵심은 조직 확대나 예산 증액이 아니라 개방과 협력에 기반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우주산업이 '추격형'에서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 개발 모델을 넘어 민간이 시장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되는 우주탑재체 조립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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