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하락에 할인율 조정…고무줄 기준에 투자자 혼란 가중
스트라드비젼 프로그램. (자료=스트라드비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스트라드비젼이 공모를 앞두고 목표 시가총액을 하향 조정했다. 비교기업(피어그룹) 정비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에이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최근까지도 피어그룹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온 데다 할인율에도 손대며 가치 하락 폭을 최소화해서다.
◇ 피어그룹 평균 PER 41.48→37.45배…최대 시총 7400억원대로 낮춰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트라드비전은 전날 세 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업과 투자위험 요소 보강과 함께 기존주주의 추가 보호예수(락업) 체결 등 내용을 담았다. 기업가치도 조정했다. 회사는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2400~1만4800원에서 1만2000~1만4000원으로 낮췄다. 7880억원을 넘겼던 최대 시총은 7454억원으로 축소됐다.
피어그룹 정비가 영향을 미쳤다. 스트라드비젼은 비교기업으로 △현대오토에버 △슈어소프트테크 △엠디에스테크 △칩스앤미디어 총 4곳을 선정했었다. 이들의 평균 PER 41.84배에 2028년 추정 순이익의 현재가치(260억원)를 곱했다. 할인율 반영 전 밸류에이션은 1조902억원, 주당 평가가액은 1만9640원이었다.
스트라드비젼은 피어그룹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칩스앤미디어를 제외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은 △업종 △재무 △사업 △일반 유사성 순으로 후보군을 추렸다. 일반 유사성 항목에는 평가기준일로부터 6개월 이내 교환사채(EB) 발행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트라드비젼 기업가치 산출 내역. (자료=증권신고서)
칩스앤미디어는 지난해 12월 100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권리행사 시 보통주 약 51만주가 유통된다. 발행 주식 총수의 2.4%다. KB증권은 칩스앤미디어의 EB 발행 전후 주가변동을 파악, 회사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지 확인했다. 최종적으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스트라드비젼의 피어그룹 평균 PER은 37.45배로 낮아졌다. 이를 공모가 책정 기준으로 삼는 대신 추정 순이익에는 손대지 않았다. 칩스앤미디어의 종류 주식 발행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예상 실적을 바꿨다면 발행사 사업 여건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발생할 수 있었다.
스트라드비젼 관계자는 “불확실성 요소를 제거하고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구조를 제시하기 위해 공모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 할인율 인위적 조정…밸류에이션 신뢰도 흔들
눈에 띄는 점은 할인율 변화다. 할인율은 일반적으로 공모주 청약을 유도하는 장치로 여겨진다. 해당 수치만큼 주식을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할인율을 눈여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 변동성이 큰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친화도를 높이기 위해 할인율을 높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라드비젼의 기존 할인율 범위는 36.86~24.64%였다. 최근 2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 평균(38.40~26.12%)과 유사했다. 이를 현재 평가 밸류에이션(9760억원)과 주당 평가가액(1만7585원)에 대입하면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1100~1만3250원으로 도출된다. 최대 시총은 7055억원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회사는 신고서 수정과 함께 할인율을 31.76~20.39%로 변경하면서 가치 하락 폭을 최소화했다. 물론 상장 규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관 수요예측 등 일정을 앞두고 공모가 희망밴드가 크게 바뀌었다면 몸값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도 있었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도 보는 이유다.
문제는 스트라드비젼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됐다는 점이다. 최근 3년(2023~2025년) 500억~6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상장 후 2년 만에 450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해서다. 올해 1분기 매출도 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억원)과 비슷했다.
스트라드비젼 실적. (자료=사업보고서)
여기에 비교기업과의 사업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다가 스트라드비젼과 KB증권은 지난달 29일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서 칩스앤미디어의 EB가 주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판단한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입장을 뒤바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발행사와 주관사의 이해관계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적자가 누적된 스트라드비젼은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한 상태다. KB증권은 밴드 하단 기준 25억원에 달하는 인수수수료를 노릴 수 있다. 기존주주인 LSS메티스 사모투자합자회사(1, 4호)에도 출자한 상태다. 금액은 적으나 공모가를 높이면 투자차익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스트라드비젼 관계자는 “피어그룹을 조정하면서 주관사와의 협의를 거쳐 할인율도 중간값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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