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공동체와 함께하는 출장 편집국
(1) 신입기자 사천 여행기
케이블카 타고 초양도·각산 한 바퀴
하마·펭귄·슈빌에 전국 관람객 발길
50년 어부가 들려준 바다 이야기
9대째 주민이 전한 대방진 굴항 역사
경남도민일보는 올해 도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공동체와 함께하는 출장 편집국’을 진행합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은 일종의 체류형 지역 기록 프로젝트입니다. 본사 기자들, 다른 지역 예술인들이 일정 기간 그 지역에 머무르면서 지역 문화 예술인들을 만나고, 문화 공간을 찾아보며 서로를 연결하고 기록하는 활동입니다. 세 번째 지역인 사천에서는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본 바다 풍경. /최은주 기자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삼천포창선대교 그리고 초양도. /이서후 기자
지난달 19일 오후 3시 사천시 대방동에서 사천바다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케이블카가 출발하자 눈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왼편으로는 삼천포창선대교가 길게 뻗어 있었다. 오른편 바다 위로 작은 배들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총 2.43㎞ 구간을 오가며 초양도와 사천 바다, 각산을 잇는다. 대방정류장과 초양정류장, 각산정류장 등 세 곳에서 승·하차하며 바다와 섬, 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건물. /최은주 기자
바다 위를 건너 초양도로
오후 3시 20분 초양도정류장에 도착해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이곳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는다니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수조 규모만 4300t으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수족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 더위와는 다른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하마는 오후 4시가 지나면 내부 사육장으로 들어가니까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해요.”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던 안내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한마디 덧붙였다.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40분 남짓. 느긋하게 둘러볼 생각은 접고 바로 하마가 있다는 2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날 첫 번째 목표는 느닷없이 ‘오후 4시 전에 하마를 만나기’가 됐다.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하마 하식이가 수영을 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에서 사람들이 하마를 구경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하마를 구경하러 모인 사람들은 적게 잡아도 20명은 넘어 보였다. 아이들과 젊은 연인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하마의 모든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름이 ‘하식이’인 이 하마는 온몸을 감췄다가 얼굴을 잠시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온통 사랑을 받았다.
전남광주시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지용(48) 씨도 하마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광주에도 동물원이 있지만, 요즘 하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잘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이랑 와이프랑 같이 왔어요. 전부터 여기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왔죠.”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에 있는 훔볼트펭귄. 이 상태로 움직임이 없었다. /최은주 기자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니 훔볼트펭귄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모형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었다. 천장에서 들어온 햇살이 펭귄을 비추고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동물은 ‘슈빌’이었다. 신발을 뜻하는 ‘슈(Shoe)’와 부리를 뜻하는 ‘빌(Bill)’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커다란 부리가 신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현재 국내에서 슈빌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러니 인기가 대단했다.
충북에서 온 이서원(6) 어린이 역시 목적이 확실했다.
“오로지 슈빌을 보기 위해서 왔어요. 여기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물고기들도 많아요.”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에 있는 슈빌을 관람객이 구경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건물에 있는 오랑우탄. /최은주 기자
2021년 7월 23일 개관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은 뜻밖의 장소에 있음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지난해 한 해만 41만 6585명이 찾았는데, 8월에 특히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고 한다.
아쿠아리움 측은 당시 관람객 증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새롭게 합류한 오랑우탄 모녀를 꼽았다. 약 20년 전 TV 동물 프로그램에 등장해 사랑받았던 오랑우탄들이 지난해 8월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옛날 TV 프로그램에서 사람처럼 행동하고 찜질방도 다니면서 유명했던 오랑우탄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 친구가 저희 아쿠아리움으로 오게 된 것이 관람객 증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천 각산전망대 바다 풍경. 사천 삼천포 바다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최은주 기자
다음 목적지는 각산전망대였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네 명의 중년 남성을 만났다. 서울과 부산, 김해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모여 1박 2일 우정여행을 온 친구들이었다. 바쁜 일상 탓에 얼굴 한번 맞대기도 쉽지 않았던 친구들이 모처럼 시간을 맞췄다.
일행 중 김사익(58) 씨는 “다들 만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됐는데 막상 오니까 사천이 너무 좋다”며 “바쁘게 살다가 한 사람 빼고 모였는데, 바쁜 가운데 한가로움을 찾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뒤 네 사람은 나란히 바다를 등지고 섰다. 그러면서 “우리 뒷모습은 자신 있지”라며 서로를 향해 웃었다.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각산전망대에 오른 중년 아저씨들. 우정 여행을 왔단 사천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최은주 기자
굴항에 남은 오래된 삶의 기억
해가 질 무렵이라 마지막으로 유명한 대방진 굴항을 찾았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다뿐이었다. ‘여기가 맞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서 통발을 정리하고 있는 어민 ㄱ(67) 씨가 눈에 들어왔다. 길을 묻자 그는 손을 들어 나무가 우거진 숲 쪽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이 숲을 한번 돌아보세요. 여기가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숨겨 놓았던 자리거든요.”
사천 대방진 굴항 앞 바다에서 만난 ㄱ 씨가 통발을 정리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자신을 사천 삼천포 토박이라고 소개한 그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고 했다.
“50년 동안 여기 바다에서 고기 잡았어요. 사천 바다는 잔잔할 때는 한없이 잔잔한데, 성이 날 때는 황소같이 겁나요.”
거친 바다를 반세기 동안 상대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사천이었다.
“전국을 다 돌아다녀 봐도 여기만 한 데가 없어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그치고 나면 물이 금방 빠져요. 햇빛 나면 또 금세 마르고요. 사람들도 좋아요. 물 달라고 하면 물도 주고. 여기서는 조금만 부지런하면 돈이 많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어요.”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는 “이런 매력 있는 곳을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숲을 지나자 초록빛을 띤 바다와 함께 U자 모양으로 안쪽이 움푹 들어간 굴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잔잔한 물 위에는 작은 배 다섯 척가량 떠 있었다.
사천 대방진 굴항 아침 풍경. /이서후 기자
사천 대방진 굴항 아침 풍경. /이서후 기자
사천 대방진 굴항에서 만난 주민 박종옥 씨가 지역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그곳에서 마침 집으로 돌아가던 주민 박종옥(76) 씨를 만났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묻자 그는 굴항과 주변 숲, 멀리 보이는 산 쪽을 차례로 가리키며 옛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박 씨는 예전에는 지금보다 숲이 훨씬 우거져 바깥에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 지형을 이용해 배를 숨겼다는 이야기도 어릴 적부터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굴항 주변에는 창고 등 여러 시설이 있었다는 기억도 덧붙였다.
“우리 집안이 여기서 9대째 살았어요. 9대면 한 300년 산 거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어릴 때부터 들은 이야기가 많으니까 빠삭하지.”
오후 6시 20분 삼천포 바다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어진 바다를 한동안 바라봤다. 오늘 하루 지나온 길과 만난 사람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이번에도 우연한 만남이 많은 이야기를 선사했다.
사천은 볼수록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바다 너머로 완전히 내려앉는 것을 보고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19일 사천시 삼천포 바다에서 해가 지고 있다. /최은주 기자
/최은주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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