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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요칼럼] 대구·경북 상장사의 그늘: 지역 기업은 왜 자본시장에서 외면받는가

지방 소멸과 지역 경제 위기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대기업 유치’나 ‘정부의 예산 지원’이라는 익숙한 방정식을 떠올린다.

[수요칼럼] 대구·경북 상장사의 그늘: 지역 기업은 왜 자본시장에서 외면받는가

이충원

대구가톨릭대 연구교수인간공학박사

지방 소멸과 지역 경제 위기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대기업 유치’나 ‘정부의 예산 지원’이라는 익숙한 방정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국가 재정이 긴축되는 전환기 속에서, 언제까지 외지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시혜성 투자나 정부의 보조금에만 지역의 사활을 걸 수는 없다. 이제 눈을 돌려 우리 지역 경제를 받치고 있는 ‘자본의 저수지’, 즉 지역 상장기업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안타깝게도 대구·경북 상장사들이 처한 현실은 ‘소외’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큼 그늘이 짙다.

우리 지역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우수한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중견·중소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이차전지, 로봇, 자동차 부품, 반도체 소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대구·경북 국가산업단지와 산업 거점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자본시장에서 받는 대우는 냉혹하다. 대다수 지역 상장사들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터무니없이 저평가되는 만성적인 ‘지방 기업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는커녕 0.5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하고, 하루 거래량이 수천 주에 불과해 자본시장의 ‘섬’처럼 고립된 곳이 태반이다.

지역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외면받는 일은 단지 대주주나 주수도권 투자자 몇 사람의 주머니 사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장기업의 주가와 기업 가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체력이자, 미래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이며,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주가가 저평가되고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업은 신주 발행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히고, 이는 결국 R&D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역의 유망한 청년들이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역 상장사를 외면하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대체 왜 지역 기업은 자본시장의 찬밥 신세가 되었을까. 주된 원인은 여전히 수도권에 일극 집중된 자본 생태계의 한계에 있지만, 지역 기업들 내부의 체질과 인식 문제도 가볍지 않다.

첫째, 폐쇄적인 거버넌스와 IR(기업설명회)의 부재다. 지역의 상당수 상장사들은 수십 년간 제조 중심의 ‘가업 승계’와 ‘은밀한 경영’ 관행에 젖어 있다. 기업을 자본시장의 공유재로 바라보기보다 ‘대주주 일가의 사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액주주와의 소통이나 주주 환원율은 최하위권이고, 여의도 증권가의 연기금이나 운용사 매니저들을 향한 IR 활동에는 아예 담을 쌓고 지낸다. 시장에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주주 가치를 경시하는데, 자본이 찾아오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지역 금융 생태계의 연결고리 실종이다. 수도권에는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밀집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가치를 튀워주는 선순환 고리가 작동한다. 반면 지역에는 기업의 가치를 정교하게 평가하고 기관 투자자와 잇다리를 놓아줄 전문적인 금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이를 자본의 언어로 번역해 줄 ‘금융 가교’가 없으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대구·경북의 산업 정책은 ‘공장 부지 제공’이나 ‘단순 융자 지원’ 같은 1차원적 방식을 넘어 ‘지역 기업의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고차원적 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선, 지역 기업 스스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친화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제적으로 참여하여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정기적인 IR 개최 등 시장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자본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금융권의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단순히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는 데에만 눈독 들일 것이 아니라, 지역 상장사들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역 전용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고 전문 IR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가 제값을 받고, 자본이 모여들며, 그 결실이 다시 청년의 일자리와 지역 사회로 환류되는 선순환. 이것이야말로 겉껍데기뿐인 외형 확장을 넘어 지역 경제가 스스로 숨 쉬게 만드는 진짜 자립이다.

이충원 대구가톨릭대 연구교수인간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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