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AP=연합뉴스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56) 하원의원이 새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영국 총리로 확정됐다. 지난달 보궐선거를 통해 하원에 재입성한 지 단 한 달 만에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에 입성하는 ‘초고속’ 행보다.
노동당은 17일(현지시간) 특별 당대회를 열고 단독으로 대표 경선 후보에 등록한 버넘 의원을 신임 당 대표로 공식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버넘 의원은 오는 20일 공식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취임에 앞서 스타머 총리가 버킹엄궁을 찾아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을 공식 보고하면, 찰스 3세가 버넘 의원을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새 정부 구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온건 좌파이자 지방 분권론자로 꼽히는 버넘 의원은 이날 취임 연설을 통해 과도한 중앙집권주의와 민영화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잘못된 길로 들어서 정치권력이 중앙집권화하고 경제 권력은 민영화했다”며 “이제 ‘모든 우편번호’(지역 곳곳)에서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에 권력을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며 “그동안 정계가 외면해 온 문제를 해결할 용기와 우리의 계획을 주장할 확신을 가진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 대표로선 “부끄럽지 않은 노동당이 되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과 장소(지역)를 두겠다“며 “경제 개혁, 더 많은 공공 통제, 재산업화, 지역사회로 권력 돌려주기 등 ‘선명한 노동당’(Distinctively Labour)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했던 스타머 체제 하에서 노동당 고유의 색채와 비전이 흐려졌다는 당내 좌파 진영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버넘 의원은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는 동안 토니 블레어 및 고든 브라운 내각에서 문화부·보건부 장관, 재무부 수석 부장관, 내무부·보건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중앙 정치를 떠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에 당선된 후 탁월한 코로나 19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 성과를 바탕으로 3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북부의 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버넘 의원의 핵심 철학은 주택, 교통, 교육, 공공 인프라 등 민생과 직결된 권한을 지역에 맡겨 지역 맞춤형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맨체스터리즘’(Manchesterism)이다.
그는 시장 시절부터 주장해온 지방 분권 모델을 중앙 정부에도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지방 정부와의 효율적인 업무 조율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맨체스터에 제2의 총리실 역할을 할 ‘북부 총리실’(No. 10 North)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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