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금융 사진편집=EBN
KB금융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낙점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온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성과를 토대로 미래 성장 기반을 재구축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11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낙점됐다.
금융산업의 경쟁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관리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끌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 '잘하고 있는 경영' 안주 않고 빠르게 '다음 먹거리' 찾기
이번 인선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 부문장의 경력이다. 단순히 은행 경영 경험이 있는 내부 인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재무와 전략, 영업, 글로벌, 자산관리 등 그룹 핵심 기능을 폭넓게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이 부문장은 KB금융지주 재무라인을 거쳐 국민은행 경영기획·영업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 과정에 참여하며 KB금융의 비은행 사업 확대를 뒷받침했다.
이는 향후 경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은행업만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데 그치기보다 증권·보험·자산관리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의 성장성을 키우는 것이 금융지주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장 시절 현장 경영을 경험한 데 이어 지주 부문장으로 그룹 차원의 사업을 관리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은행과 지주를 모두 경험한 만큼 특정 계열사의 시각보다 그룹 전체의 자본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내부 승계 한계도 과제로
다만 이번 인선이 KB금융의 승계 시스템에 대한 논란을 완전히 해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최종 후보에는 현직 회장인 양종희 회장과 이 부문장, 외부 인사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현직 회장의 연임은 무산됐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인물 역시 KB금융 내부에서 성장한 인사다.
한편으로는 내부 사정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자를 선택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반복돼 온 내부 인사 중심 논란은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직 회장의 연임 여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권 업무보고에서 소수 인사가 영향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부패한 이너서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회장이 측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장기 집권 기반을 만드는 ‘참호 구축’을 거론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차세대 내부 인사인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한 것은 기존 연임 관행에 변화를 준 사례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이재근 후보가 회장에 공식 취임한 이후에도 이번 인선이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였는지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사회 구성과 계열사 인사, 회장 승계 절차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를 실제로 구현하느냐가 이번 변화의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이번 승계 절차를 예년보다 앞당기고 후보 검증 기간을 늘리는 등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했다.
외부 후보까지 포함해 후보군을 구성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점도 이전보다 진전된 부분이다.
결국 새 회장의 과제는 인선 과정에서 제시된 변화와 세대교체의 명분을 실제 경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 이재근의 첫 도전은 자본 배분
이재근 후보의 첫 과제는 KB금융이 보유한 자본과 사업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은행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면서도 증권·보험·자산관리·글로벌 사업의 성장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금융산업의 경쟁이 플랫폼과 디지털을 넘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성장과 재투자 과정에서 주주가치와 자본비율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만큼, 재무·전략 전문가로서 이 후보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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