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 곳곳으로 확산 조짐
연쇄 파업 가능성에 생산 차질·투자 위축 우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지급 구조 개편과 재원 확대를 요구하며 보폭을 넓히는 흐름이다.
연쇄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수출 둔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성과급 구조 바꿔야”···대기업 곳곳서 파열음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 이익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 확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에 반영하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성과급 규모 확대 기대가 커졌고, 이를 계기로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보상 확대와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경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 연봉 기준 보너스 체계를 넘어, 기업 실적과 연동된 보다 직접적인 이익 공유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그래프=시사저널e DB.
한 삼성전자 노조원은 “경쟁사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데도 더 적은 성과급을 받는 구조에 내부 불만이 크다”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릴 필요가 있으며,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을 비롯한 노조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파업을 포함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다음 달 21일부터 약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에 수십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사측은 경쟁사 수준의 성과급 지급률을 반영한 DS(반도체) 부문 특별 포상안을 제시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익 연동형 보상 요구는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되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핵심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단순 환산 시 수조원대 재원이 필요한 수준으로,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정년 연장 등 추가 요구도 함께 포함됐다.
한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선례가 생긴 만큼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유사한 방식의 이익 공유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상 패러다임이 바뀌는 흐름인 만큼 과거와 같은 기준만으로는 노사 간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연쇄 파업 가능성에 공급망 리스크, 수출 둔화 우려도
성과 배분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사한 성과급 체계를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며 대기업 전반으로 노사 갈등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총파업만으로도 업계 안팎의 우려는 적지 않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직접 손실을 넘어 신뢰 훼손과 공급망 재편, 고객 이탈 등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생산 중단 자체만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글로벌 고객사들이 TSMC 등 대체 공급선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 지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송 교수는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기회비용 손실, 산업 생태계 위축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보상 기준의 투명화와 객관적 지표 기반 성과급 체계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신들도 유사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통신사인 로이터는 23일(현지 시간) 보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에 우려를 나타내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AI 데이터 센터 구축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방 산업군의 공급 병목 현상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총파업은 당장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되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는데, 반도체 중심의 정보기술(IT) 수출이 성장 기여도의 1.1%포인트를 차지했다. 이는 반대로 반도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일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산업 곳곳으로 파업이 확산될 경우 경제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거시경제 분석 연구원은 “K자 경제 구조가 심화된 상황에서 호황을 보이는 산업군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무시하기 어렵다”며 “수출 감소와 투자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성장 흐름 자체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성장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 구조가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동되고 투명하게 집행될 경우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생산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우수 인재가 제조업·기술 분야로 유입되는 효과를 통해, 이른바 고급 인력이 특정 전문직에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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