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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관위 직원들 “부정선거 음모론 차단에 집중…정작 투표 관리 업무에 공백”

선거관리위원회 일선 직원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주요 원인으로 투표소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투표용지를 배분해온 점을 꼽았다. 지역별 특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기존 관성에만 의존해 업무를 처리하다 정작 중요한 실무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직원들 “부정선거 음모론 차단에 집중…정작 투표 관리 업무에 공백”

‘선관위 개혁’ 릴레이 인터뷰 ⑤

투표용지 업무 ‘저연차’가 맡아

남은 용지 장기 보관 부담도 커

투표관리·사무관도 겨우 모집

선관위 개혁엔 내부서도 공감

정치적 이해관계 휘둘려선 안 돼

선거관리위원회 일선 직원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주요 원인으로 투표소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투표용지를 배분해온 점을 꼽았다. 지역별 특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기존 관성에만 의존해 업무를 처리하다 정작 중요한 실무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면서 선관위 행정력이 이를 방어하는 데 집중됐고 투표용지 배분과 같은 기본 실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선관위 일선에서 20~30년 근무한 현직 직원 3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선관위의 자성이 필요하다며 “선거 절차 등 사무 전반 시스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여년간 근무한 A씨는 이번 사태 원인을 ‘배분 실패’라고 진단했다. A씨는 “투표소별 특성을 고려해 배분 비율을 조금씩만 달리했어도 이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일선 현장에서 지역 특성을 세심히 고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취지다.

A씨는 중앙선관위가 일선에 하달한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이 문제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지침상 투표소별 사정과 예상 투표율에 따라 투표용지 배분 비율에 차이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침의 변경보다 해당 투표소의 투표 열기를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별로 경쟁이 치열하거나 캠프 관계자들이 얼마나 선거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관심도에 차이가 크다”며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투표용지를 배분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조직 내 관성이 강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여태껏 투표용지 인쇄·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실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A씨는 “투표용지 배분의 중요성을 그동안 간과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투표용지를 실제 인쇄하고 배분하는 기초 실무 작업은 선관위 내 저연차 직원들이 도맡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다 보니 중간급 실무자들이 배분 과정의 문제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면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앙선관위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31일 지역선관위에 투표관리 업무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그 공지 중 ‘사전투표율이 낮은 지역의 경우 선거일 투표용지 관리 방안을 강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공지 중 하나로 인식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선관위 직원 B씨는 “해당 공지를 접하고서도 투표소별 배분 비율을 재조정하거나 인쇄 물량을 새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커지면서 이를 방어하는 데 행정력이 낭비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모론자들이 “남은 투표용지를 활용해 가짜 투표지를 무단 투입하는 등 투표지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현장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B씨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잔여 투표용지를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잔여 투표용지는 당선인 임기 동안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B씨는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인쇄량을 줄인 지침도 같은 맥락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간 잔여 투표용지를 빌미로 제기되던 조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투표용지 인쇄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설정해 남는 투표용지를 최소화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일선 현장의 분위기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과 같은 실무적인 부분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방어하는 데 집중됐던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제한적인 인력으로 음모론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데만 신경 쓰며 일하다 보니 본질적인 투표관리 실무에 일부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선거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선거관리 절차는 대폭 세분화됐지만 이를 감당할 현장 인력이 부족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본투표 당일 잔여 투표용지 수량 관리는 물론 배송차량 외관 점검, 현장에서 쓰는 장갑과 고무줄 색상 지정, 포장 박스 종류 분류에 이르기까지 현장 업무는 세분화돼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 배치되는 투표관리관·투표사무원 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표소 운영을 총괄하는 투표관리관 등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학교 교직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투표소 일선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의 항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아져 선거 사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일부 지역선관위의 경우 투표관리관 사전교육 시작일 무렵에야 간신히 인력 확보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6·3 지방선거 이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는 평소보다 많은 직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선관위 직원 C씨는 “우리도 선관위 직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국민인 만큼 내부에서 조직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며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선관위를 향해 제기되는 문제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한다. 문제점은 밖에서 보든, 내부에서 판단하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개혁을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개편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C씨는 “선거 상황이 고도화되고 복잡해진 만큼 일선의 선거 사무도 인력, 예산, 장비 등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논의되는 개혁안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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