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모습.
서울 서초구 일대에 5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대단지 입주장에서는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세를 내놓으며 가격이 약세를 보이지만 입주를 두 달여 앞둔 해당 단지들에서 아직 전셋값 급락 신호는 없다. 서울 전역을 휩쓸고 있는 전세난과 학군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 강력한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서초구 입주 단지들의 거래 양상이 하반기 아파트 임대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전세 매물은 7652건으로 서울 전체 임대 매물 1만 9722건의 38.9%를 차지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2091가구)’과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3091가구)’ 등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8월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하면서 임대 물량이 대거 풀렸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서초구의 전세 매물은 두 달 전인 4월 초 3498건에서 2배 이상 늘었다. 디에이치방배가 위치한 방배동 매물이 277건에서 2087건으로 653%, 래미안 트리니원이 자리한 반포동이 1719건에서 3257건으로 89.4% 급증했다. 이달 서초구 잠원동에서 ‘오티에르 반포(251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가운데 잠원동 전세 물건도 936건에서 1586건으로 대폭 늘었다.
전월세 물건이 넘쳐나지만 전세가격 급락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월세 호가가 가장 높은 입주 단지는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전세가는 20억 원에, 반전세는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600만 원선을 기준으로 형성돼 있다. 올해 입주 3년 차를 맞는 ‘래미안 원펜타스’의 동일 면적 전세 매물 호가인 21억~22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분양 전월세가 조합원 물량 대비 1억~3억 원가량 저렴한데, 이는 3년 안에 집주인이 실거주를 해야 하는 규제 탓이다.
반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원 물량은 20억~23억 원 선에 매물이 많은데 일반분양은 임대 계약을 2년 10개월로 제한하는 조건이 대다수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반포동은 워낙 학군 수요가 많은데 특히 트리니원은 가족 수요가 높은 전용 84㎡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가격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들이려는 집주인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티에르 반포와 디에이치 방배의 경우 래미안 트리니원과 비교해 전용 84㎡ 전세가가 4억~5억 원가량 낮게 형성됐다. 다만 래미안 트리니원과 비슷하게 저가 임대 매물은 빠르게 거래가 되면서 한 달 전과 비교해 전세가가 1억 원씩 올랐다.
잠원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티에르 반포 전용 59㎡의 경우 사전점검 전 일반분양 물건이 11억 원선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렴한 물건이 다 빠지고 12억 원부터 시작한다”며 “조합원 물량은 최고 1억~2억 원이 더 비싸니 거래가 뜸한 편이지만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배동 C중개업소 대표 역시 “예전에는 입주 시점에 어떻게든 자금을 맞추려고 저렴하게 매물을 쏟아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한번 저가 계약을 맺으면 최소 4년이 유지되는 만큼 느긋하게 접근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지난 달에는 전용 84㎡가 13억 원 초반에도 거래됐지만 지금 그 가격은 대부분 허위 매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입주 시점이 임박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초구 전세는 소형도 최소 10억 원 이상으로 수요가 원래 적은데 ‘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금지’ 등의 규제로 세입자들의 신축 전세 대출도 막혀 수요가 현금 부자들로 제한됐다”며 “공급은 쏟아지는데 수요는 제한된 상황에서 약세장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잠실에서도 ‘잠실 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의 입주가 동시에 이뤄지며 ‘국평’ 전세가 1월 18억 원 선에서 3월 10억 원선까지 내려앉았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서울 전세난 완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5000여 가구가 적지 않은 물량이지만 서울 신축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입주 전후로 전셋값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워낙 높은 가격이어서 타 지역 세입자가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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