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2026 RAS페스타 고양학생 1000인 음악회’ 전경. 김태훈 기자
서로 다른 학교에서 저마다의 악기를 배우던 고양지역 학생들이 학교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만났다.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어 합주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던 학생들까지 참여하면서, 올해 고양학생 음악회는 ‘잘하는 학교들의 공연’을 넘어 학생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로 한층 넓어졌다는 반응이다.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은 9일 오후 3시 30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2026 RAS페스타 고양학생 1000인 음악회’를 개최했다. 고양지역 초·중·고·특수학교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관현악과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 초청 예술인 협연을 한 무대에 담았다.
◇ 학교에 오케스트라 없어도 무대에…20차례 합주로 만든 ‘첫 화음’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케스트라 예술공유학교’다. 그동안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악기를 배우고 있어도 대규모 연합무대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 밖에서 함께 연습할 수 있는 공유학교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6월부터 9월까지 낙민초와 토당청소년수련관, 신일중 등 3개 거점에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을 활용해 모두 20차례 합주를 이어왔다.
처음에는 학교도, 악기도, 연주 경험도 서로 달랐다. 낯선 악보를 들고 처음 만난 학생들은 옆자리의 소리를 듣고 박자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연주를 완성했다.
자기 연주에만 집중해서는 오케스트라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다른 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고, 여름을 함께 보내며 조금씩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갔다. 공연 자체도 학교 안과 밖을 연계한 체험 중심 예술교육과 개별 학생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2026 RAS페스타 고양학생 1000인 음악회’에서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축사하고 있다.
◇ ‘프런티어’로 문 열고 오정해와 ‘홀로아리랑’…객석까지 하나로
첫 무대는 국악이 장식했다. 한류초와 일산은행초 학생들의 국악 연주와 원흥초 학생들의 무대가 어우러졌고 국악인 오정해가 함께했다.
양방언의 ‘프런티어(Frontier)’가 힘찬 선율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꿈꾸지 않으면’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국악 선율이 어우러졌다.
특별공연의 마지막 곡은 ‘홀로아리랑’이었다. 오정해는 학생들과 무대를 함께하면서 객석에도 노래에 동참해 줄 것을 권했다. 관객이 단순히 공연을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손잡고 같이 가자’는 노랫말에 맞춰 옆 사람과 손을 잡아보자는 오정해의 제안이 이어지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한층 옅어졌다. 학생들이 만든 국악의 울림에 관객의 목소리까지 더해진 순간이었다.
◇ ‘학교 가는 길’부터 ‘Golden’·마이클 잭슨까지…세대·장르 넘나든 무대
1부는 예술공유학교 학생과 낙민초, 합창단이 함께하는 연합 오케스트라 무대로 이어졌다. 첫 곡 ‘학교 가는 길’에 이어 르로이 앤더슨의 ‘고장난 시계’, 이무진의 ‘신호등’이 연주됐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 OST ‘Golden’도 오케스트라 선율로 재해석됐다.
이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가 클래식 특유의 긴장감과 역동성을 더했고,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어우러졌다. 처음 만난 학생들이 하나의 무대를 준비한 과정과도 자연스럽게 겹치는 곡이었다.
2부에서는 기존 오케스트라 운영 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됐다. ‘Hooked on Classics’를 시작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뭉게구름’, ‘Michael Jackson Hit Mix’가 이어졌다. 베토벤·차이콥스키·모차르트 등 익숙한 클래식 선율부터 김광석의 노래, ‘Beat It’, ‘Billie Jean’, ‘Thriller’ 등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까지 무대에 오르며 장르와 세대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관악 연합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초청 예술인이 함께했다. 웅장한 금관과 타악의 울림이 돋보이는 ‘Steel Overture’에 이어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직접 연주자로 참여했다. 경기지역 교직원들로 구성된 경기예듀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초·중학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고양신일초·문촌초·오마초·한류초·호수초 등 여러 학교 합창단도 참여하면서 학교별 공연을 넘어 학생과 교사, 학교와 학교가 함께 만드는 연합무대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장은 약 1천100석 규모로 운영됐으며 공연장을 찾지 못한 학생 가족과 시민들을 위해 유튜브 실시간 중계도 마련됐다.
◇ 교육청·고양시·지역기관 함께 만든 무대…“교육도시로 우뚝”
이번 음악회는 경기도교육청이 2026학년도 2학기부터 본격 추진하는 ‘RAS(Reading·Arts·Sports) 경기 문예체 교육’의 Arts 영역 실천 사례이기도 하다. 독서와 예술문화, 스포츠를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일상에 연결해 생각하는 힘과 감성, 신체 역량을 균형 있게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번 무대는 교육지원청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행사도 아니었다. 고양특례시가 후원하고 고양문화재단이 공연장을 지원했으며, 고양시청소년재단 토당청소년수련관 등은 학생들의 연습 공간을 제공했다. 낙민초와 신일중 등 학교 역시 장기간 이어진 합주와 학생 지도를 함께 맡았다.
강현주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낯선 악보 앞에서 서툴게 시작한 만남이 여름을 지나며 하나의 화음이 됐다”며 학생들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성장해 온 준비 과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강 교육장은 또 학생들을 지도한 교사와 강사, 연습과 공연을 지원한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 고양시청소년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도 고양시가 일찍부터 학생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 시장은 “앞으로 고양시가 교육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행정과 교육이 각각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해 학교에 어떤 시설이나 동아리가 있느냐와 관계없이 학생들이 원하는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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