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총 선제 대응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관련 정관을 손질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경영권 행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외부 세력의 진입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대 그룹 상장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69개사 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전년(1천780명) 대비 47명(2.6%) 감소한 1천73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줄었고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2%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카카오가 10개 계열사에서 총 14명의 이사를 줄이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롯데(-13명), 삼성(-9명), LS(-7명), 한화(-6명), 영풍(-4명) 등의 순이었다. 현대백화점, 미래에셋, 효성, LX, 이랜드는 사내이사만 줄였는데 이를 통해 전체 이사 정원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최소 선임 인원까지 줄이려는 선제적 방어 전략으로 보인다.
정관 변경을 통한 대응 징후도 포착됐다. 이사회 구조 변화에 대비해 제도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올해 주총 부의안건 2천494개 중 이사 수를 비롯한 이사회 관련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184곳이었다. 다만 실제로 이사 수를 줄인 경우는 15곳(8.2%)이었고 상당수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만 변경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사 수를 조정한 사례는 효성이 5개 계열사로 가장 많았고 LS 4개, 한국앤컴퍼니 2개, 한진·GS·롯데·셀트리온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상법 개정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1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고 오는 9월 시행되는 2차 개정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개정은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중 지배구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2차 개정안으로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인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여기에 1차 개정으로 주주로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이사회 내 의사결정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철기자 kh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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