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보안 등 첨단 분야 인재를 둘러싼 글로벌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오랜 관행인 연공서열을 깨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금융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인재의 몸값에 맞춰 높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취업 규칙과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AI와 사이버 보안 등 핵심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과의 영입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호봉제로는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IT 대기업 후지쯔는 신입 일괄 채용을 없애고 연중 채용으로 전환한 데 이어, 최고 S등급 인재에게 연봉 2500만∼3500만 엔(약 2억3000만∼3억20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야마모토 히데오 총괄부장은 “시장 가치에 부합하는 처우를 내부 직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경력 채용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금융그룹 SOMPO홀딩스는 직무형 고용 정규직을 지주사가 일괄 채용해 계열사로 보내는 ‘SOMPO 프로페셔널 풀’ 방식을 도입했다. 30대 초반 인력에게도 연봉 수천만 엔(수억 원)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AI와 법무, 보안 전문가 유치에 나섰다. 나카무라 다쿠시 인사부 과장은 “약 30개 계열사도 전문 인재가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만으로는 다른 직원과 차별화된 고임금을 주기 어렵고 브랜드 힘도 약해 채용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2024년 도입한 전문가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전체 2만2000명 중 약 800명에게 적용 중이며 외부 경력직으로도 40명 안팎을 영입했다. 시이나 유야 인사부 상석조사역은 “서구식 직무형 고용은 아니지만 30대 중반에도 지점장이나 부장급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채용 과정에서 처우 경쟁에 밀렸던 경험 때문에 제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의 공세로 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제도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인재 중개업체 코트라의 나카가와 다카시 수석상담원은 “일본 기업에서 연봉 800만 엔(약 7300만 원)을 받던 인재가 외국계로 옮겨 1년 뒤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을 넘게 받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