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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전·닉스' 빼면 코스피 4천… 반쪽 강세장 극복하려면 [줌인IT]

주식 투자 열기가 뜨겁다. 계속되는 강세장에 코스피가 최고점을 찍을 때마다 "이제 꼭지(하락 전환 직전 최고점)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전망치를...

'삼전·닉스' 빼면 코스피 4천… 반쪽 강세장 극복하려면 [줌인IT]

주식 투자 열기가 뜨겁다. 계속되는 강세장에 코스피가 최고점을 찍을 때마다 “이제 꼭지(하락 전환 직전 최고점)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추격 매수에 대한 자신감만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뜨거운 투자 분위기가 시장 전체로 퍼져있는지는 의문이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상승분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반도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6537조원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모회사 SK스퀘어 4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52.7%(약 3444조원)로 절반이 넘었다. 이들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으로 코스피를 구성, 환산하면 지수는 3780선에 그친다. 채 4000이 안되는 것이다.

저평가 기업도 수두룩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종목은 520개로 전체 65%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 3분의 2가량이 장부가치만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가 2700선에 그쳤던 1년 전 578개(비중 71%)였던 것과 비교해도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

반도체 호황이 영원불멸하다면 문제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이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고 있지만, 수요 둔화나 공급 과잉,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장 분위기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기사에서 “최근 반도체주 급등세가 1999~2000년 닷컴버블가 비교된다”며 “AI 테마가 약해질 경우 반도체주 전반에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가 코스피를 떠받치는 구조에서 불황을 맞게 된다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결국 반도체 외 종목의 기업가치 상승이 동반돼야 한다.

그 반면교사의 사례가 바로 핀란드다. ‘노키아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 비중(2007년 말 34.2%)이 컸던 핀란드는 스마트폰 전환 실패로 노키아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 자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11월 1만2600선이었던 OMX 헬싱키 지수는 2009년 3월 4100포인트까지 밀려났다. 당시 고점은 2021년 7월이 돼서야 회복됐다. 물론 노키아의 경우, 당시 산업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특정 종목이 시장 전체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크다.

반도체 의존도 심화에도 정부·여당은 ‘칠천피’ 달성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후속 조치들이 동반돼야 하지만 이렇다 할 지배구조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주환원을 외면하는 상장사를 겨냥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PBR 0.8배 이하 순자산으로 상속·증여세 산정)은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PBR 1배 이하 상장사에 밸류업 공시를 요구하는 법안 통과도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용하며 대형 반도체 투자만 부추기고 있다.

증시가 특정 업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산업 저변도 넓어져야 한다. 주가는 이론적으로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만큼, 바이오·이차전지·로봇·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동시에 기업 성과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핵심이다. 연구개발(R&D), 세제, 인력 양성, 규제 개선 같은 산업 정책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같은 자본시장 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반도체 랠리는 분명 기회다. 그러나 기회가 특정 업종 과열로만 치닫는다면 언젠가 찾아올 하락장 충격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칠천피’나 ‘팔천피’라는 숫자에 취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를 제외해도 한국 증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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