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사측과 유연하게 소통하겠다'는 결성 취지 무색..'파격 혜택' 외면 비판
/뉴시스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또다시 멈춰 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 협상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갈등이 격화할 경우 향후 임금·성과급 협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30일 공지문을 통해 "이번 집중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최대한 노력했으나 교섭이 중단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집중교섭에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을 전제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사실상 넘는 특별 포상안을 꺼내 들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 포상'을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노조는 OPI 제도의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제도 자체를 바꿔 영구적으로 상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교섭 중단이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올해 임금·성과급 협상은 임금 인상안보다 OPI 제도 변경 여부가 핵심인 만큼 잠정 합의에 이르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OPI 제도를 어떻게 바꾸는 지에 따라 향후 보상 체계 전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부터 진행돼온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협상 집중교섭은 노조 측 중단 선언으로 이틀 만에 파행된 상태다.
노측을 대표하는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27일 저녁 조합 홈페이지에 "사측의 불성실 교섭 관련,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기 위해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교섭은 3월 3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후속 절차로 재개됐었다.
당시 최 위원장이 이끄는 노조 공동교섭단은 '성과급 상한 폐지'를 반복 요구하며 사측이 제안한 다른 안에 대한 검토와 조정 기간 연장을 모두 거부해 조정 종료를 주도했다.
이후 20여 일 만에 다시 시작된 집중교섭이 또다시 노조 측의 일방적 선언으로 중단된 것이다.
최승호 위원장은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교섭 중단의 핵심 이유는 성과급 제도화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조가 요구해온 성과급 상한 폐지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입장문에는 “사측이 DS부문에 한해 영업이익 10%를 기준으로 한 상한 폐지 조건을 제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실제 협상 과정과 설명 사이에 다소 엇갈린 지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노조는 교섭 초기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전제로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 배분'을 요구했다.
이후 사측과의 협상 과정을 거쳐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 배분(적자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 지급)' 제도화를 최종 요구했다.
문제는 노조 요구대로 제도를 변경할 경우, 공통 지급률이 사업부별 지급률로 분리돼 메모리사업부에 비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에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조 요구안을 원안대로 적용할 경우, 지난해 47%였던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성과급 지급률은 11%로 급감한다. 철저하게 '(돈 잘 버는) 메모리사업부 한정 보상'을 위한 요구인 셈이다.
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에서도 메모리 사업부 이익에만 집중하고 전 직원들의 실질적인 보상 확대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또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10% 재원 사용'을 동일하게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직원 수가 더 많은 메모리사업부 성과급 지급률이 SK하이닉스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사측은 집중교섭에서 "메모리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경쟁사를 앞서면 성과급 재원을 더 써서라도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할 것이며,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제안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안이 DS부문, 특히 메모리사업부 중심의 보상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특정 조직 이해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집중교섭 중단으로 ▲6.2% 임금 인상 ▲최대 5억 원의 주거안정 지원제 도입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등 사측이 제시한 파격적인 '전체 임직원용 복지 혜택'은 빛조차 보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탄생'을 선언했던 올 1월 말 기준 DX부문 조합원 수는 1만4227명으로 전체의 22.4% 수준이다. DS부문 조합원 수(4만9352명, 77.6%)에 비하면 적지만 조합원 넷 중 하나는 DX부문 소속이다.
그러나 지금노조의 목소리 어디서도 DX부문 조합원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해 노조가 예고한 5월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주력 사업인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 공장은 공정 특성상 짧은 시간이라도 한번 멈추면 공정 세팅을 다시 조성하고 재가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외 신뢰도 역시 변수다. 총파업이 이뤄지면 글로벌 고객사 물량 수주 및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최근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빅테크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반도체 생산이 늦어지면 경쟁사들에 물량이 넘어갈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HBM4'를 고객사에 양산 출하했는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과 HBM4 양산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2024년 2월 공식 출범한 초기업노조는 '하나의 회사를 넘어선(超) 단위의 노동조합'을 표방했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사측과 무조건 대립하기보다 유연하게 소통하겠다는 결성 취지는 정치 투쟁 일변도의 기존 노조에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 경영 여건이나 사내 다른 부문과의 이해관계, 나아가 동일 부문 내 타 사업부의 상황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조직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최근 행보가 지속된다면 당초 내세웠던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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