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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 합병 '개입 논란' 국민연금, 피해자로···법원도 "구조 보완" 지...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법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삼성 합병 '개입 논란' 국민연금, 피해자로···법원도 "구조 보완" 지...

삼성물산 최대주주 국민연금, 2015년 제일모직 합병 손해 주장하며 소송

재판부, 합병·정부 개입 쟁점 분리 요구···손해·인과관계 입증 구조 정비 주문

국민연금 “지배력 강화용” vs 삼성 “형사·민사서 이미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 합병을 둘러싸고 ‘개입 논란’의 당사자였던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피해자 지위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법정에 섰다. 첫 변론에서 재판부는 합병 자체와 정부 개입 문제를 구분해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다시 정리하라며 청구 구조 보완을 요구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법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리한 합병 비율로 손해를 입었다며 2024년 9월 13일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가 넘는 최대 주주였지만 제일모직 1주 대 삼성물산 0.35주의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이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보유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소 제기는 합병 시점(2015년 7월) 기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에 배당됐다가 재배당을 거쳐 민사21부에서 심리 중이다. 소 제기 이후 주소보정과 소장 송달 절차가 진행됐고 지난해 11월부터 피고 측 답변서가 제출되며 서면 공방이 시작됐다. 재판부 재배당 등의 사유로 기일이 변경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형사 사건 기록 확보 절차도 병행됐다. 국민연금 측은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고 법원은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기록 송부를 요청했다. 이후 올해 초 검찰청에도 기록 송부 촉탁이 이뤄지며 합병 관련 형사 사건 자료가 민사 재판에서 검토될 기반이 마련됐다.

◇“부당 합병, 정부 개입 나눠라”…재판부 소송 지휘

재판부는 이날 사건의 핵심을 두 갈래로 정리했다. 하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자체의 문제, 다른 하나는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 발생과 관련해 부당 합병 행위와 정부의 부당 개입 부분을 나눠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 측에 청구 원인 재구성을 요구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과거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피고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 지위에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지위에 맞는 논리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와 손해액 산정 방식도 핵심 쟁점으로 짚었다.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상당인과관계 부족으로 패소한 점을 언급하며, 국민연금 사건에서는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할지 공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감정에 앞서 현재 자료를 토대로 손해액 산정 구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메이슨 ISDS 중재판정문과 엘리엇 ISDS 관련 영국 법원 판결, 형사 판결 및 뇌물 사건 판결 등 관련 사건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국민연금 “지배력 강화용 합병”…삼성 “이미 판단 끝난 사안”

국민연금 측은 이날 합병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들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도록 했고,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본부장 등은 이를 방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손해액 산정이 복잡한 만큼 우선 책임 유무를 판단한 뒤 손해액을 따지는 2단계 심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관련 형사 사건과 합병 무효 소송 등에서 이미 원고 측 주장이 배척됐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형사 재판에서는 단순히 유죄 입증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합병 목적과 경과, 비율의 공정성 등에 대해 원고 주장과 반대되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수년간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안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 역시 합병이 당시 경영 위기 극복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합병 이후 실제로 기업 가치와 사업 성과가 개선됐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문형표 전 장관 측은 합병 자체에 하자가 없고 문 전 장관은 승인권자로서 절차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 측도 합병이 무산될 경우 오히려 양사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 손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며 원고 주장에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이 회장이 합병 관련 형사 사건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이후 진행되는 민사 절차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형사 재판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과 달리 민사 재판에서는 국민연금 손실과 인과관계, 피고들의 배상 책임 범위를 별도로 따지게 된다.

재판부는 쟁점 정리를 위한 준비서면 제출을 양측에 요구했고, 다음 변론기일은 6월 4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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