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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이버 보험 중간 진단...보험硏 "행동 유인·데이터로 풀어야"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의존 심화, 인공지능(AI) 기반 공격 고도화로 사이버 리스크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보험이 이를 흡수하는 수준은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해 침해사고 신고는 2383건으로 늘었고 증가세도...

사이버 보험 중간 진단...보험硏 "행동 유인·데이터로 풀어야"

19일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준한 기자

사이버 리스크가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 비용을 키우는 구조로 확산했다. 대응 수단으로 꼽히는 사이버 보험은 역할이 커졌지만 국내 시장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는 진단이 나왔다.

19일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국내 사이버 보험시장의 성장 정체 원인을 짚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사이버 보험시장은 글로벌 대비 현저히 작은 규모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의존 심화, 인공지능(AI) 기반 공격 고도화로 사이버 리스크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보험이 이를 흡수하는 수준은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해 침해사고 신고는 2383건으로 늘었고 증가세도 가파르다. 반면 시장 규모는 글로벌 약 153억달러, 국내 약 4000만달러 수준에 그친다.

사이버 리스크는 기업 내부 비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 신뢰 훼손, 공급망 전파, 공공 대응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사회 전체 비용을 키운다. 그럼에도 보험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수준은 여전히 낮다.

수요 측면에서는 기업이 사이버 리스크를 경영 과제로 인식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사이버 리스크는 발생 확률과 손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고 이후 평판 비용까지 더해지는 복합 위험이다. 이 특성은 기업이 보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고 실제 가입 회피로 이어진다. 기업은 보험보다 보안 장비나 솔루션 도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도 보인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보험 활용은 제한적이다. 기업은 신속한 복구를 우선시하면서 보험이 실제 대응 과정까지 지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평판 리스크를 고려해 외부 공개나 청구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손 실장은 "사이버 보험은 단순 보상이 아니라 사고 대응력과 재무 충격을 함께 관리하는 수단"이라며 "보험 가입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고 거래 신뢰를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별 사이버 보험 시장 규모 비교 /자료 제공=보험 연구원

공급 측면에서는 보험사는 이런 위험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사이버 리스크는 동시다발적 발생과 연계성, 빠르게 진화하는 속도를 보이는 특성으로 전통 보험과 비교했을 때부보 가능성이 낮다. 부보 가능성은 보험사가 위험을 평가해 보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뜻한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인수 한도를 낮추고 요율을 높이며 면책과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설명 부담도 커지고, 이는 가입 장벽으로 이어진다.

제도 측면에서도 시장을 뒷받침할 기반이 부족하다. 의무책임보험 중심 구조는 기업이 최소 수준만 가입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별로 분산된 사고·손해 데이터는 표준화와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보험사가 활용하기 어렵다. 대형 리스크를 분산할 재보험 풀도 부재해 시장 확대를 제약한다.

손 실장은 해법으로 행동 유인과 데이터 기반 구축을 제시했다. 단순 교육이 아니라 인증제도와 보험을 결합해 기업의 실제 행동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량형 보안 인증과 보험을 연계하면 기업이 자연스럽게 리스크를 인지하고 보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시 복구, 법률 대응, 포렌식, 통지 등 대응 과정을 함께 제공해 기업이 보험의 가치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계형 모듈 구조를 도입해 기업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손 실장은 "단순히 보상에 그치지 않고 예방과 대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기업이 보험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며 "데이터 표준화와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보험사의 인수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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