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사설] ‘해외 수요 유턴’ 명분에 가려진 레버리지 ETF의 덫

최근 증시가 상승의 열기만큼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와 유동성 확대 속에 코스피가 단기간 폭등했지만, 상승의 이면에는 특정 종목 쏠림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의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

[사설] ‘해외 수요 유턴’ 명분에 가려진 레버리지 ETF의 덫

최근 증시가 상승의 열기만큼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와 유동성 확대 속에 코스피가 단기간 폭등했지만, 상승의 이면에는 특정 종목 쏠림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의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한 달여 만에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섰고, 이제는 금융당국마저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의 핵심은 수익률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이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배가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운용사의 리밸런싱 과정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추가 매수하고, 떨어지면 추가 매도하는 기계적 거래가 반복되면서 상승은 더 가팔라지고 하락은 더 깊어진다. 투자자의 손실이 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되는 구조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위험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융자 잔액은 불과 반년 만에 10조 원 이상 증가했고,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도 급증했다.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은 변동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과 회전율 역시 과열 수준을 보이며 단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ETF 괴리율’ 사고라는 제도적 허점까지 드러냈다.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틈을 타 실제 가치와 전혀 다른 가격이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현상은 ETF의 신뢰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유동성 공급자(LP) 관리 강화와 공시 확대를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제도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가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서둘러 도입한 정부의 정책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사후 경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상품 심사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더욱 엄격히 마련하고, 과도한 마케팅과 신용공여 관행을 철저히 점검해야만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