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지나면 어김없이 정치권의 '민심 대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여야는 저마다 연휴 기간 고향에서 확인한 바닥 민심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었다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 바쁘다.
한쪽은 정부의 일방적인 불통과 국정 실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와 무분별한 특검 정국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맞선다.
명절 밥상에 오른 국민의 고단한 숨결과 한숨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해 서로를 공격하는 정쟁의 도구로 삼는 구태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당(公黨)으로서 무책임의 소치이자 민심의 본질을 왜곡하는 대국민 기만행위다.
지금 국민이 마주한 현실은 여야의 한가한 말싸움보다 훨씬 엄중하고 긴박하다.
이번 명절 밥상의 가장 큰 화두는 부동산 시장과 세제 개편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집가와 대출 규제 혼선은 무주택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개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을 둘러싼 여야의 엇박자는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서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자영업 폐업 벼랑 끝에 내몰렸고 내수 침체의 그늘은 짙어만 가는데 정치권은 세제 개편마저도 이념과 진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진짜 민심은 세금 부담의 합리적 완화와 주거 안정을 유도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원하고 있다.
여야가 현장의 비명에 귀를 닫은 채 정치적 득실만 따질 때가 아니다.
공당의 첫 번째 책무는 꼬인 실타래 같은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목소리만 골라 듣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명분으로 삼는 것은 민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이 정치권에 원하는 것은 '네 탓'을 외치는 확성기가 아니다.
국민들의 걱정거리를 해결할 구체적인 여야정 협의체 가동과 민생의 고통을 덜어줄 실질적인 법안 처리다.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이고 명절이 지나면 다시 정쟁에 몰두하는 구태 정치에 국민들은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이제 여야는 아전인수식 민심 해석을 멈추고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민심의 따가운 회초리를 겸허히 수용해 국정 운영의 기조를 점검하고 혼란스런 민심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야당은 무조건적인 투쟁과 입법 폭주를 자제하고 세제 개편과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협치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진정한 민심 파악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안정 대책을 추진할 때 비로소 증명된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정쟁을 경계하고 국민의 고단한 삶에 구체적인 정책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
/충청일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