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밀착해 국제사회 제재망을 허물고 핵무장을 더 공고히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당일치기 방중이 우리 외교·안보에 던진 과제다.
김정은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76주년을 앞두고 24일 단둥을 방문해 권력 서열 4위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났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없었지만, 12년 만에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인적 왕래와 무역 확대를 거론하며 현지 버스공장까지 찾았다. 북·중 교역 관문을 이용하며 경제협력 확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대내외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중·러 양국을 활용해 외교적 몸값을 극대화하려는 셈법이 반영된 행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해 왔다. 최근 북·러를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에 이어 신압록강대교까지 개통되면서 양쪽으로 물류 통로가 넓어졌다. 러시아에서 군사적 실익을 얻고 중국에서 경제적 활로를 찾는 구도다.
중·러에는 손을 내밀면서 한국에는 핵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의 이중적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 대표는 최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위원회)에서 “한국과 상대할 의도도, 이유도 없다. 핵무기 보유국에 무슨 대응을 하겠느냐”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을 북·미 대화의 전조로만 해석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대북 제재의 틀을 약화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산 광물·섬유 수출 금지, 정제유 공급 제한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북한의 국경무역이 확대돼 경제적 숨통이 트인다면 비핵화 압박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는 새 교역 통로를 통한 제재 위반 거래를 차단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안보리 결의의 엄정한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제재는 피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최악의 결과를 용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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