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상대 정파나 자신들의 뜻과 달리하는 인사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언사가 지나치다 못해 금도를 넘고 있다. 여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대법원장을 향해 공적 직함도 생략한 채 ‘조희대 씨’라 칭하는가 하면, 야당 대표는 대통령에 대해 직함을 떼고 이름을 부르다 못해 공식 장소에서 반말이 적힌 손팻말까지 들어 보이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에게도 이럴 정도이니 그 외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거칠고 격앙된 막말이 마치 강력한 투쟁성의 훈장이라도 되는 양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지구촌 10대 경제 강국을 자처하는 국가의 국민을 대표해서 국정을 논의하고 운영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바람직한 행태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퇴행적 언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적 팬덤과 극단적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진영 정치에 있다. 자극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비하할수록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얻기 쉽다는 얕은 셈법이 정치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극단의 언어에 익숙해질수록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국가 전체로 돌아간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야가 정책과 이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 삼권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비판과 견제 역시 정치인의 핵심적 임무다. 그러나 치열한 싸움과 비판 속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한다. 백번 양보해 개인적 사석에서 오가는 거친 표현은 세속적인 통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대리하는 공식 석상에서 드러나는 막말과 비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인의 말은 단순한 음성의 전달이나 정치적 계산의 도구가 아니라, 그 사람과 소속 정당, 나아가 그 정치가 지향하는 품격을 대변하는 거울이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이성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는 절제된 언어와 품격 있는 언사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대를 설득하며 국정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극단의 언어가 주는 손쉬운 유혹에서 벗어나,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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