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간부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연 ‘법무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로비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인 양 질문 공세를 펼쳤다. 중앙부처 과장급 관료가 신분을 감추고 국회의원의 언론 브리핑에 참여했다니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사건이다.
‘현장을 우연히 지나치다가 즉흥적으로 질의했으며 의도적 잠입은 아니었다’는 게 총리실 해명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그는 공격적인 태도로 ‘총리에 대한 한 의원의 공세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했다. 이례적인 질문 태도에 한 의원이 ‘어디 소속이냐, 누구시냐’고 묻자 그는 두 번이나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했다. 행정부처 요직인 국무총리실 과장이 신분을 속인 것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공공성과 국민 봉사자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망각한 일탈이다.
사건 이후 한성숙 총리가 보인 반응과 태도도 미덥지 못하다. 전말이야 어떻든 부적절한 부하 직원의 처신이 드러난 만큼 사과를 앞세우는 게 순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사찰 아니냐’는 한 의원의 추궁에 ‘상황 파악 후 조치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 다음날 뒤늦게 유감을 표했다. 전모가 밝혀지지 않아 사찰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총리실이 의심할 만한 빌미를 제공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회견 참석 당시 해당 과장은 국무총리와 주요 간부 30여 명이 모인 텔레그램방에 접속 중이었다. 의구심이 큰 만큼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하기보다 좀 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총리 입장을 옹호하는 질문을 한 만큼 한 의원 주장처럼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심도 가능한 상황이다. 여론 조작의 고의가 없더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시비는 피하기 어렵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을 행정부 공무원이 방해했다면 삼권분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일탈 당사자가 정무적으로 임명한 ‘어공’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인 ‘늘공’인 점은 해이해진 공직 기강의 방증이기도 하다. 전후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히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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