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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과급 사태, 노·사·정이 새 기준 제시해 내년부터 적용을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나 엔비디아에서도 일시적 업황에 따른 영업이익에서 막대한 비율을 일괄 할당하는 식의 성과급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삼성 반도체에서 핵심인 연구·개발직이 아닌 생산직의...

[사설] 성과급 사태, 노·사·정이 새 기준 제시해 내년부터 적용을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1인당 6억~7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잠정 합의안 파장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중소기업 20년 치 연봉을 한 번에 받다니 멍하다” “사내 부부인 사촌 동생이 내년까지만 받아도 내 평생 소득을 번 셈”이라는 탄식이 쏟아진다. 단순한 질시라고 할 수 없다. 분배 방식과 크기가 우리 사회의 상식과 균형을 무너뜨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나 엔비디아에서도 일시적 업황에 따른 영업이익에서 막대한 비율을 일괄 할당하는 식의 성과급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삼성 반도체에서 핵심인 연구·개발직이 아닌 생산직의 업무는 일반 중소기업 생산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정도의 임금 격차가 난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고 자칫 분노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파업은 면했다지만 삼성과 노조의 성과급 합의안은 파업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삼성 내부조차 분열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부문 간 발생한 100배의 성과급 격차는 조직 내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급기야 비반도체 노조가 “졸속 협상이라 합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낮은 성과급이 책정된 부서에서는 정상적 업무가 아닌 태업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차세대 AI 메모리 납기 지연 우려까지 나온다. 노조라고 할 수 없는 귀족 노조의 무절제한 탐욕과 파업 위협에 굴복한 회사 측이 만든 문제다.

영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분배하기 시작한 것은 SK하이닉스다. 하지만 성과급 책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표준이자 기준이 돼왔던 회사는 삼성전자였다. 기준이 되는 회사까지 무너지니 곧바로 조선·통신·플랫폼 등의 대기업 노조들이 삼성 ‘이익 N% 일괄 분배’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탈감에 빠진 직장인들이 다 들고 일어난다면 그 사태를 누가 감당할 수 있나. 자칫하면 반도체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잘 조직돼 있는 우리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번 합의는 절차적·법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 주주 단체는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합의가 상법상 주주 권한을 침해했다며 무효 소송을 예고했다. 기업 이익은 미래 재투자, 사내 유보, 그리고 주주 환원과 세금 납부로 사회에 환원되어야 마땅하다. 소송이 제기된다면 법원은 주주 자본주의 원칙과 위법성 여부를 엄정하게 가려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이번 합의를 10년 기한으로 했다고 하지만 10년간 이런 문제가 반복되도록 놔둘 수 없다.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사 협상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SK하이닉스도 책임을 느끼고 대타협에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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