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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고력 평가 논술 채점에 AI 도입 타당한가

부산시교육청이 서술형과 논술형 시험 채점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시교육청은 최근 서울·인천시교육청과 ‘AI 서·논술형 평가 지원시스템’ 공동 운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 채점 시스템 운영을 통한...

[사설] 사고력 평가 논술 채점에 AI 도입 타당한가

부산시교육청 ‘채움아이’ 업무협약

맞춤형 답안 외우기로 전락 우려도

부산시교육청이 서술형과 논술형 시험 채점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시교육청은 최근 서울·인천시교육청과 ‘AI 서·논술형 평가 지원시스템’ 공동 운영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 채점 시스템 운영을 통한 데이터 구축, 공동 문항 개발·검토, 관련 교원 연수 등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적용될 AI는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채움 AI(아이)’다. 지난해 서울 66개 초중고 시범 적용에서 사람 채점과 유사성이 높게 나오는 등 신뢰도가 인정됐다며 올해부터 120개교로 확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내용이 간단한 서술형에서 나아가 논술까지 AI에 채점을 맡기는 건 논란 소지가 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에서 2025학년도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 나오고 있다. 국제신문 DB

서·논술형 AI 채점은 먼저 교사가 평가 요소, 채점 기준, 배점 등이 담긴 기준표를 만들고 AI가 이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개념이다. ‘채움 AI’를 시범 운용해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논술형 AI 채점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고 혹시 생길지 모르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정확성과 일관성 또한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향후 데이터가 더 쌓이면 평가 시스템의 고도화가 가능하다. 서술형 채점에 동원되는 교사의 업무 부담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반론과 걱정 역시 만만찮다. AI가 학생들이 써낸 손글씨를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느냐는 단순 불신부터 학생의 사고력 평가를 알고리즘화 되어 있는 AI에 맡기는 게 옳은지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까지 다양하다. AI가 학습한 내용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답변이나 서술은 어떤 식으로 평가할지, 서술 의도와 맥락까지 계량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AI가 평가에 동원할 자체 데이터 부족, 과목에 따른 채점 방식 차이 적용 여부, AI 채점이 오히려 논술 학습을 지나치게 유형화 혹은 문제은행화 할 우려 등도 교육 현장에서는 쏟아진다. 한 사교육 업체가 학부모 대상 AI 교육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장 이상적인 서·논술형 평가는 ‘AI와 교사가 함께 하는 방식’(89.3%)이 압도적이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걱정이 크다는 뜻이다.

서술형과 논술형 시험을 학업 평가에 도입한 취지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를 통해 정해진 답만 강요하며 줄 세우는 교육이 비교육적이라는 문제의식이 그 출발일 것이다. 데이터 확충이나 과목별 채점 차별화 등은 향후 AI가 고도화하면 극복 가능한 장벽일 수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논술 시험은 특정 사안에 관해 학생이 가진 입체적 지식, 논리 구성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평가방식이다. 현재 시험도 모범답안만 달달 외우게 하는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높다. 데이터의 총합이 정량 정성 평가를 도출하는 AI야말로 학생들을 암기 기계로 만들 뿐만 아니라 AI 맞춤형 서·논술 방식만 따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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