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의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동반 추월했다는 소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국 무역통계와 유엔 무역데이터베이스 등을 분석한 결과다. 상반기 한국 수출액은 4963억달러(약 705조원), 대만은 4166억달러를 기록한 데 비해 일본은 3844억달러에 그쳤다. 일본 수출액은 10%가량 늘었지만 한국과 대만이 약 50% 증가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수십 년간 ‘수출 대국’으로 군림한 일본이 한국과 대만에 밀린 것은 동아시아 수출 지형을 뒤흔든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전을 이끈 주역은 인공지능(AI) 반도체다.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 속에서 고성능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거머쥔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최종 제품인 첨단 반도체가 창출하는 거대한 부가가치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산업 패권은 영원하지 않다’는 냉정한 교훈을 일깨우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 섬유와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서 세계 제조업을 호령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전환 이후 스마트폰과 첨단 반도체 등에서 주도권 확보에 실패했다.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차세대 신산업 발굴에 실패한다면 한국도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도체산업도 안주할 겨를이 없다. 최종 제품 수출액은 압도적이지만,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와 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더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 투자와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필수 과제다.
반도체 경쟁은 국가 총력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비상한 각오로 속도전에 나서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특구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제 특례’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정부는 반도체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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