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어떤 강의를 하든,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경영전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갓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부터, 경험이 많은 기업 임원까지 십중팔구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경영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목표만이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의 본질은 곧 ‘다름’
현대 경영전략의 핵심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다름(difference)’이라고 말한다. 다른 기업과 똑같은 걸 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다.
가령 현재 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계획하거나 실무에서 점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도입 자체가 상당한 초기 투자 비용을 요구하기에 이를 빨리 받아들인 기업은 성과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AI를 도입하고 이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보편화하는 순간,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AI 전략으로는 경쟁우위를 누릴 수 없다. 즉 기존 경쟁력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른 경쟁사 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결국 가격만을 볼 것이다. 출혈 경쟁의 시작이다. 반면 아무리 비슷한 제품이라도 소비자 관점에서 다름이 존재한다면, 소비자는 웃돈을 주고라도 구매할 것이다.
이를 국제 경영 관점에서도 살펴보자. 국가별로 관습과 제도 등 경쟁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이를 경험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자신만의 다름을 더 쉽게 만들어 내고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다. 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결정한다.
회사 경영에 다양한 목표가 존재할 수 있다. 이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 환원이라는 고전적인 목표부터, 최근 ESG 경영이나 사회적 책무까지 무엇이든 간에 기업은 이를 지속적이고 항구적으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도요타, 이케아처럼 글로벌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다름의 색깔이 명확하다. 무모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기업과 다른 방식을 택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다름없는 모방은 결국 자기 위안
지난 20년간 다양한 위치에서 경영전략과 국제경영을 보고, 배우고, 가르쳤다. 재미 한인 학자로서 우리 기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활동을 지켜봤다. 그런데 과연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경영전략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극심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인 국내 대표 기업은 다름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판단한다.
반면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는 상당수 중소중견 기업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다른 기업 제품이 잘 팔리니까, 나도 비슷한 걸 팔아야겠다”는 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과거 성공 방정식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오류에 빠진다. 많은 한국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로서, 여느 부모처럼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단순히 어느 대학에 가면 좋겠고, 무엇을 할지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남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은 걸 하면,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 역시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 걸 안 하면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시키는 나 자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과거 공식을 따라 하면, 최소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도 아니며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역사적 사례가 보여준다.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한국 기업이 나만의 다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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