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브로드컴 CI
미국 반도체·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브로드컴이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과의 법적 공방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최근 브로드컴이 브이엠웨어(VMware) 관련 조사 과정에서 유럽 규제당국의 문서 제출 요구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술업계에서는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싼 규제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EU 경쟁당국이 미국 내 법률 문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 원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며, 특정 내부 법률 자료 공개는 미국 법 체계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브로드컴의 브이엠웨어 인수가 자리 잡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2023년 약 690억 달러 규모 거래를 통해 브이엠웨어를 인수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단순 반도체 기업이던 브로드컴이 기업용 클라우드와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인수 이후 유럽 클라우드 업계와 일부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는 가격 정책과 라이선스 구조 변화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기업들은 브로드컴이 브이엠웨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계약 조건을 복잡하게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경쟁당국은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를 검토하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유럽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산업이 국가 경제와 데이터 주권 문제와 직결되면서, 유럽연합은 자국 기업 보호와 시장 경쟁 유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브로드컴 사례가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규제 기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로드컴은 현재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고속 네트워크 반도체와 광통신 기술, 맞춤형 AI ASIC 분야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브이엠웨에 기반 프라이빗 AI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브로드컴은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보다 데이터 통제와 비용 효율성이 높은 프라이빗 AI 인프라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이 AI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네트워크 장비와 광통신, 서버 연결 기술 역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이 영역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번 EU 조사 확대는 브로드컴의 성장 전략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당국이 브이엠웨어 사업 운영 방식에 제동을 걸 경우 수익성 개선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시장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장기적인 규제 리스크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전이 단순한 법률 분쟁을 넘어 AI 시대 글로벌 기술 패권과 데이터 통제권 경쟁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EU와 미국 기술기업 간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클라우드·AI 산업 질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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