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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것을 말하는 자유 [이지영의 K컬처 여행]

영화 ‘암살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누적 관객 337만명, 2026년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TOP4, 개봉 5주차에도 5주 연속 주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불편한 것을 말하는 자유 [이지영의 K컬처 여행]

영화 ‘암살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누적 관객 337만명, 2026년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TOP4, 개봉 5주차에도 5주 연속 주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극우 단체들이 배우의 집 앞에서 고성을 지르고,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출연 배우가 경찰 신변 보호를 받는 와중에 337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시위대가 막으려 했던 것을 337만명이 보러 갔다. 관객은 이미 판단했다.

논란의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하자, 정치권 일각과 보수 단체들이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작물”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한국 영화인 19개 단체는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여기서 한 발 물러서서 더 넓은 질문을 해보자. 세계가 한국 영화를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준호가 계급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뤘고, 박찬욱이 복수와 도덕적 모호함을 가감 없이 탐구했기 때문이다. 칸이 한국 영화에 심사위원장 자리를 내준 것은 불편한 것을 말하는 자유와 용기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모든 소재를 창작의 재료로 삼을 수 있는 이 자유가 한국 영화가 전 세계 관객에게 쌓아온 신뢰의 기반이자 K컬처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다.

물론 실존 인물이나 현대사를 다룰 때의 상상력은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오인하게 만들어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특히 사회적 합의가 미진한 현대사는 창작물의 편향성이 집단 기억을 왜곡하는 도구로 오용될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암살자(들)’에 대한 역사적 해석에 대한 논쟁은 활발할수록 좋다. 아직 한국 현대사에 대한 공유된 서사를 갖지 못한 우리에게 영화가 촉발하는 논쟁은 그 자체로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불편한 것은 논쟁의 내용이 아니라 방식 때문이다. 배우의 자택 앞 시위, 협박 등은 비평이 아니다.

이런 방식의 압력이 반복될 때, 다음 감독은 역사를 소재로 선택하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이게 된다.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가 국내에서 먼저 조금씩 좁아진다. 그러나 337만이라는 숫자를 보자. 시위대가 막으려 한 그 영화를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갔다. 창작의 자유를 지킨 것은 극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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