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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석] 공포 사라지자 '빚투' 폭탄…포모심리에 증시 레버리지 폭발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조 4000억 원대로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SK하이닉스 역시 2조 원대 중반까지 증가했다. 업종 전반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예탁증권담보융자까지...

[분석] 공포 사라지자 '빚투' 폭탄…포모심리에 증시 레버리지 폭발

공포 대신 탐욕… 포모가 키운 ‘레버리지 장세’

뉴욕 최고치 경신…코스피도 상승 흐름 이어가

반도체 중심 신용 몰림…개인, 공격 베팅 확대

예탁금·신용 동반 급증…증시 자금유입 가속화

시장을 지배하던 공포 심리는 빠르게 잦아든 반면, 상승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FOMO) 심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이다. [이미지=생성형AI]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을 지배하던 공포 심리는 빠르게 잦아든 반면, 상승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FOMO) 심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 자금과 신용거래가 동시에 확대되며 시장이 다시 레버리지 기반의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쟁 공포에서 '포모'로…순식간에 바뀐 시장 온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를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뉴욕 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고, 나스닥 지수 역시 약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증시도 유사한 흐름이다. 코스피는 연일 고점을 높이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장중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상승 기대가 우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회복이 국내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며 지수 전반을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이달 초만 해도 전쟁 여파로 급락했던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연장 논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종전 전망이 전해지자 반등 흐름으로 전환됐다. 위험 자산 비중을 줄였던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진입하면서 주요 지수는 단기간에 상승 폭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전쟁 발생 자체보다 전쟁 종료 기대가 더 빠르게 가격에 반영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디리스킹 이후 재진입 흐름이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시장은 공포보다 상승 추격 심리가 우위를 점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주간 흐름 [자료=유안타증권 자료 갈무리]

■ 신용 33조·빚투 58조…레버리지로 키운 상승 베팅

국내에서도 유동성 변화는 빠르게 포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17조 6724억 원으로 3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직후 107조 원대까지 줄었던 예탁금이 불과 6거래일 만에 10조 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예탁금은 실제 매수로 이어지기 전 단계의 자금이라는 점에서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꼽힌다. 협상이 일시적으로 결렬됐음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는 점은 시장의 위험 인식이 빠르게 완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등 기대를 넘어 상승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상승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자금 유입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 자금 확대는 곧바로 레버리지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신용공여잔고는 33조 2824억 원으로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는 23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신용 수요는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조 4000억 원대로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SK하이닉스 역시 2조 원대 중반까지 증가했다. 업종 전반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예탁증권담보융자까지 늘어나며 전체 차입 투자 규모를 끌어올리고 있다. 해당 잔액은 24조 9119억 원까지 확대됐다. 신용거래융자와 합산한 이른바 ‘빚투’ 규모는 58조 원을 넘어섰으며, 최근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상반기 중 60조 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를 584억 원 순매수하며 상승 베팅을 강화했다.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익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장의 또 다른 축에서는 부담 요인도 함께 쌓이고 있다. 17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159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향후 매도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이 그만큼 축적됐다는 의미다.

실제 공매도 순보유 잔고 역시 16조 원대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상승 기대 속에서도 하락을 대비한 포지션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시장이 단순한 낙관론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 확대와 잠재 매도 물량이 동시에 쌓이는 ‘양면 구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Fear & Greed index [출처=CNN]

■ “두려움이 사라진 시장”…경고음 커지는 이유

16일(현지시간) CNN은 “투자자들이 이란 관련 지정학적 우려를 빠르게 털어내며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전문지 배런스(Barron's)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시어스는 최근 칼럼에서 이 같은 시장 심리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바로 두려움의 부재 그 자체”라며 최근 시장이 지정학적 이벤트에 대한 반응이 과거보다 둔화된 점에 주목했다. 협상 결렬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와 같은 변수에도 투자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참여자의 세대 구성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 주체 상당수가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충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하락을 위험이 아닌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정보 소비 구조와 초단기 파생상품 거래 확대가 맞물리면서 투자 판단이 단기화되는 흐름도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과거에도 포모는 결국 손실에 대한 공포로 되돌아오며 시장 변동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투자 심리의 급격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이란 2주 휴전 협상을 기점으로 위험선호 심리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3~4월 중 공포 영역에 자주 머물러 있었던 투자자 심리지표 'Fear & Greed index'도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탐욕 영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유동성과 기업 실적, 특히 기술주 중심의 성장 기대가 더 크게 반영되는 흐름이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잠재 매도 물량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 동력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실적이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 그리고 투자자들의 위험 인식 완화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향후 증시 흐름은 자금 유입의 지속 여부와 속도에 따라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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