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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벤처투자, 출구 없는 고속도로…국민성장펀드 코스닥 투자 연계해야”

"국내 벤처시장은 ‘진입로’만 있고 ‘진출로’가 없는 고속도로 같은 상황입니다. "

“벤처투자, 출구 없는 고속도로…국민성장펀드 코스닥 투자 연계해야”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국내 벤처시장은 ‘진입로’만 있고 ‘진출로’가 없는 고속도로 같은 상황입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삼성동 퀀텀벤처스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2020년을 전후로 국내 벤처펀드 조성 규모가 연 10조원 이상으로 커졌다"며 "하지만 코스닥시장 부진이 장기화하며 펀드의 투자금 회수, 재투자 등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벤처시장에는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대규모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한 8조887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코스닥시장 침체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 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펀드 자금으로 주식(구주)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다”며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혁신 기업에 신규 자금을 불어넣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이 벤처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 돼야 우량 기업이 몰리고, 장기투자 중심의 기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 ‘성장 사다리’가 끊어진다는 게 김 회장 진단이다. 그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의 차이를 ‘상장 전후 자금조달 능력’에서 찾았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나스닥 상장사는 IPO 단계에서 378조원을 조달했고, 상장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1조원을 유치했다. IPO보다 상장 이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더 큰 것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코스닥 상장사의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12조1000억원인 반면, 상장 후 유상증자 등으로 조달한 금액은 8조7000억원에 그쳤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인 기술 패권 경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 혁신 생태계도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5년간 2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활성화 펀드 간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일정 자금을 코스닥 펀드 조성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국민성장펀드가 1500억원 규모 코스닥 리그를 만들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김 회장 평가다.

김 회장은 2000년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며 VC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IDG벤처스코리아,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쳐 2017년 퀀텀벤처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난해 2월에는 16대 VC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벤처펀드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VC협회는 대만, 일본, 베트남 등 각국 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크로스보더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 VC가 공동 펀드 운용을 맡아 양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민간 주도로 크로스보더 벤처 플랫폼을 만드는 최초 사례다. 김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과 VC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출자자(LP) 풀을 넓히고 회수 방법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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