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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버스가 있어도 탈 수 없다면 이동권 아니다”…저상좌석버스, 광역이동 장벽 낮출까

지체장애인이 거주 지역을 벗어나 직장과 학교, 병원, 문화시설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서는 시내버스뿐 아니라 광역·좌석버스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저상버스 정책은 주로 시내버스 중심으로 추진돼 장거리·광역 이동에서는 장애인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돼 있다.

“버스가 있어도 탈 수 없다면 이동권 아니다”…저상좌석버스, 광역이동 장벽 낮출까

2027년 도입 앞두고 표준모델 공개…휠체어 이용공간 최대 2석

정류장 접근·안전고정·배차정보·운전자 교육까지 함께 개선해야

장애계 “보급 대수보다 필요할 때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

지체장애인이 거주 지역을 벗어나 직장과 학교, 병원, 문화시설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서는 시내버스뿐 아니라 광역·좌석버스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저상버스 정책은 주로 시내버스 중심으로 추진돼 장거리·광역 이동에서는 장애인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돼 있다.

2027년 도입을 앞둔 저상좌석버스는 이러한 이동권의 공백을 줄일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차량을 몇 대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류장 접근환경과 휠체어 안전고정, 배차·예약체계, 운전종사자 교육 등을 함께 갖춰야 실질적인 이동의 자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동은 권리다: 2027 저상좌석버스 도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장애인단체, 운수업계,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해 저상좌석버스의 이용환경과 제도적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행사는 국민의힘 윤상현·유의동·정희용·최보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복기왕·서미화·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후원했다.

시내 넘어 광역권으로 이동권 확대

저상좌석버스 도입의 핵심 의미는 장애인의 이동 범위를 생활권 밖으로 넓힌다는 데 있다. 저상 시내버스 보급이 확대되더라도 광역버스나 좌석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다른 시·군에 있는 직장과 대학, 종합병원 등을 오가는 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에게 광역버스는 여러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이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 탑승할 수 없는 버스는 애초부터 선택 가능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이 있지만 지역 간 운행 제한과 긴 대기시간, 사전예약 부담 등이 있어 일상적인 광역 이동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저상좌석버스는 장애인이 별도의 교통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같은 노선과 시간표에 따라 이동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편의 증진을 넘어 교육·노동·의료·문화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는 기반이 된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앞에서는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수소전기 저상좌석버스 표준모델이 공개됐다. 참석자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차량에 직접 탑승해 승하차 과정과 내부 이동동선, 휠체어 고정장치와 편의설비 등을 점검했다.

공개된 차량은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길이 12.5m의 저상형 모델이다. 실내 단차를 없애고 휠체어 이용공간을 최대 2석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중문에는 교통약자 승차벨과 수동식 휠체어 경사판을 배치하고 안전손잡이와 하차벨도 갖췄다.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외부 안내방송 스피커와 실내 점자블록, 안내 모니터도 적용됐다. 운전자 주의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 전방충돌방지 보조 등 광역 운행에 필요한 주행 안전 기능도 탑재했다.

차량 보급만으로는 이용권 보장 못해

문제는 저상좌석버스가 개발되고 노선에 투입된다고 해서 곧바로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버스가 정차하는 승강장의 높이와 폭이 적절하지 않거나 정류장 주변 보도가 좁고 단차가 심하면 휠체어 이용자는 버스에 접근할 수 없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가로수·시설물 등이 경사판 전개를 방해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버스정류장과 보행로, 횡단보도, 환승시설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저상좌석버스의 편의장치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황재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저상버스를 몇 대 보급했는가보다 장애인이 필요한 순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차량과 정류장, 안내정보와 안전체계까지 이동 전 과정에서 불편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저상좌석버스 정책의 성과지표를 단순한 ‘보급률’에서 ‘실제 이용 가능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체 차량 가운데 저상버스가 차지하는 비율뿐 아니라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과 정류장에서 탑승할 수 있는지, 배차간격과 운행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지, 승차 거부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오창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편의증진국장도 “저상버스 보급률과 편의시설 설치율이 장애인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스정류장과 주변 보행환경을 함께 점검하고 편의시설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동은 권리다: 2027 저상좌석버스 도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장애인단체, 운수업계,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해 저상좌석버스의 이용환경과 제도적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휠체어 고정장치 안전기준 필요

광역·좌석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운행 속도가 높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만큼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 확보가 핵심 과제다. 급제동이나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휠체어와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고정장치와 안전띠가 필요하다.

권신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표준모델 개발 성과를 소개하면서 정류장 기반시설 개선과 휠체어 안전고정 기준, 검사체계 마련, 사고 상황에 대비한 안전성 확보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는 크기와 무게, 바퀴 구조가 각각 다르다. 이용자가 탑승할 때마다 복잡한 고정 절차를 거치면 운행 지연과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고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속 운행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다양한 휠체어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고정장치 개발을 주문했다. 노선별 수요를 반영한 예약제 등 운영방안도 제안했다.

예약제는 휠체어 이용공간을 미리 확보하고 운전자가 탑승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전예약을 의무화하면 비장애인처럼 필요할 때 바로 버스를 타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약하지 않은 이용자도 빈 공간이 있으면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예약 절차 역시 전화뿐 아니라 모바일·인터넷 등 여러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배차정보와 현장 대응 중요

저상좌석버스가 일부 차량에만 도입될 경우 어느 시간대에 저상차량이 오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앱이나 정류장 전광판의 운행정보와 실제 배차차량이 다르면 장애인은 정류장에서 장시간 기다리거나 이동을 포기할 수 있다.

정비나 차량 대체 과정에서 저상좌석버스가 일반 차량으로 바뀔 때 이를 즉시 안내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특정 노선이나 시간대에 저상차량이 편중되지 않도록 지역별·노선별 장애인 이동수요를 반영한 배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운전종사자 교육도 차량 설비만큼 중요하다. 운전자가 경사판을 펴고 휠체어 고정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을 충분히 익히지 못하면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고 안전사고나 탑승 거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운전자의 개인적 숙련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실습교육과 표준 대응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장애유형별 정보 제공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진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센터장은 시각장애인이 버스 번호와 탑승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고대비 표시와 음성안내, 승차벨 등의 정보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차량·정류장·운영 묶은 지원체계 필요

저상좌석버스는 일반 좌석버스보다 차량 가격과 유지관리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수소전기버스로 운행하려면 충전시설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차량 구입비만 지원하고 정류장 개선이나 충전 기반시설, 유지보수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와 운송사업자에게 맡길 경우 지역별 도입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정태영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은 광역 운행을 위한 저상 플랫폼과 교통약자 편의장치를 설명했다. 이양호 경기대학교 교수는 수소 대중교통 확대를 위해 충전 기반시설 확충과 재정지원, 운영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차량 구입부터 정류장 개조, 충전시설, 운전종사자 교육, 편의장치 유지관리까지 포괄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는 정류장별 접근성 조사와 개선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차량과 정류장의 적합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도 검토할 만하다.

이춘희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정부는 제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에 이동편의 개선을 주요 과제로 담고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등 이동수단 확대와 교통약자 이용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장은 “저상좌석버스가 차량 도입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가 현장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도 시행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저상좌석버스의 성공 여부는 새 차량의 숫자가 아니라 장애인의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원하는 시간에 집을 나서 정류장까지 이동하고, 안전하게 버스에 오른 뒤 다른 지역의 일터와 학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2027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차량과 정류장, 정보와 사람을 하나의 이동체계로 연결하는 준비가 얼마나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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