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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 줌인 아웃]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1995년 인도의 소도시 하리드와르. 잘생긴 청년 프램은 아버지의 카세트테이프 가게에서 일한다. 늘어진 테이프를 붙이고 낡은 카세트플레이어를 고쳐가며 일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그러나, 멋진 모습은 여기까지.

[백정우의 줌인 아웃]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영화 ‘아내업고 달리기’ 스틸컷.

1995년 인도의 소도시 하리드와르. 잘생긴 청년 프램은 아버지의 카세트테이프 가게에서 일한다. 늘어진 테이프를 붙이고 낡은 카세트플레이어를 고쳐가며 일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그러나, 멋진 모습은 여기까지.

가족의 성화에 선을 보면서 프램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문제는 맞선 상대 산디야가 몹시 뚱뚱하다는 것. 신붓감이 내키지 않는 프램과 달리 능력 있는 며느리를 원하는 부모에겐 안성맞춤이다. 부모 강요에 결혼까지 속전속결. 고등학교 중퇴 학력에 꿈도 야망도 없이 좋아하는 가수 노래에 빠져 사는 남자와 대학 졸업 후 교직을 꿈꾸며 할 말 다 하는 독립적인 여자의 결혼생활이 순탄할까? 샤라트 카타리야 감독의 ‘아내 업고 달리기’의 시작이다.

프램은 아내가 부끄럽고 매사에 거추장스럽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첫날밤도 치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친구가 같은 구역에 새로운 음반 가게를 냈다. 그것도 CD 전문점이다. 장사는 시원치 않고, 가게를 확장하고 싶어도 대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 터진 사건. 친구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 밤, 친구들 앞에서 아내를 모욕한다. “그녀는 너무 뚱뚱해서 만지고 싶지도 않아. 하룻밤만 자보면 지옥이 뭔지 알 거야.” 참다못한 산디야는 친정으로 돌아가면서 시아버지를 원망한다. “결혼을 시킬 게 아니라, 공부를 시켰어야 했어요.”

프램은 콤플렉스 덩어리다. 영어시험에 거듭 떨어져 상급학교 진학에 실패한 것이 자신의 족쇄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더 좋은 기회를 박탈당했고, 뚱뚱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밖에 없었으며, 아내 역시 학벌로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 상대방의 행동을 사사건건 자신의 처지와 결부시키기,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굳게 믿는다.

열등감은 근거 없는 피해의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도와주면 동정한다고 격분하며, 도와주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화내는 식이다. 프램 역시 고등학교 재입학 영어시험을 도우려는 아내에게 쏘아붙인다. “배운 척하지 마.” “난 바보고 덜 배워서” 프램만 해도 잘생긴 외모에 일도 잘하고 왕성하게 클럽 활동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괜찮은 신랑감인데도, 끊임없는 자기 멸시와 비하로 스스로 만든 지옥에 자신을 주저앉힌다. 프램의 문제는 학벌이 아니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고 무심했기에 화를 자초한 것.

콤플렉스가 위험한 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한 후 그 문제만 해결하면 만사형통일 거란 착각에 빠진다는 데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모성형에 집착하고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망치거나, 하는 모든 것들 말이다. 다행히 주인공은 자기성찰이 가능한 사람이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삶을 되돌릴 기회를 얻는다. 바로! 매년 마을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상금이 무려 1만 루피다. 영화는 모두가 예상하고 바라는 대로 끝난다.

‘아내 업고 달리기’는 아날로그가 저무는 변혁의 시기를 배경으로, 외모 빼고 다 갖춘 여자와 외모 말고는 볼 게 없는 남자를 대조시키면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안주하려는 세상 바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열등감은 안전한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정말 무서운 건 이 세계와 사람들은 나의 콤플렉스 따위엔 관심 없다는 사실이다.

백정우·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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