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특허, 누가 내는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우리는
아이디어 발굴(1회), 전략적 권리화(2회), 사업화와 수익화(3회)
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바로 ‘조직 문화’다. 아무리 훌륭한 특허 전략도, 아무리 매력적인 지원사업도, 그것을 실행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의 시스템과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만다.
필자가 지난 20여 년간 컨설팅하며 만난 성공한 특허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였까? 그것은 ‘연구원만 연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연구원처럼 생각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번 회에서는 특허를 일회성이 아닌 조직의 일상 시스템으로 만드는 문화와 제도 설계 방법을 다룬다. 특히, 이미 특허를 기반으로 각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성장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 사례로 보는 특허 친화적 기업 문화
사례 1: 신성씨엔에스(주) – 연구소장이 만드는 기술 혁신의 선순환
AI 산업과 빅데이터 센터의 급성장으로 고사양 전선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생산 비용이 너무 높았다. 신성씨엔에스(주)의 이성도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기영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 결과, 고사양 전선관의 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품질은 오히려 향상되었다. 이 기술로 신성씨엔에스는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성도 대표가 내게 강조했던 말이 있다.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이 내는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회사의 미래입니다. 그분들에게 ‘연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이 기업의 핵심 문화는 ‘연구 우선주의’다. 연구소의 의견이 경영에 반영되는 속도가 빠르고,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표이사부터 연구개발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사례 2: 대진산업(주) – 특허 하나로 세계로 나아가다
대진산업(주)의 임영순 대표는 ‘소화용 센터브라켓 세트형’ 하나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한때는 작은 부품 제조사에 불과했던 이 기업이 어떻게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하나의 특허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에 있었다. 임 대표는 단순히 특허 등록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해당 특허를 기반으로 여러 나라에 해외 특허를 출원했고, 각국의 안전 규격에 맞춰 제품을 최적화했다. 또한 국제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렸다.
임영순 대표의 경영 철학은 명확했다.
“작은 기업일수록 특허 하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하나가 세계 시장으로 통하는 문이 됩니다.” 대진산업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특허는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향한 ‘출국 비자’
와 같다.
사례 3: 양우코퍼레이션(주) – 소방 장비 현대화를 선도하다
양우코퍼레이션(주)의 변정조 대표는 소방서 장비 및 화재 관련 장비의 현대화와 안전용품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국내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연구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연구 성과에 대한 포상도 파격적이다. 그 결과 매년 여러 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업계의 기술 표준을 새롭게 쓰고 있다.
이 기업에서 주목할 점은‘연구와 현장의 분리’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작업자들의 불편함과 안전 취약점을 직접 듣고, 그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즉시 반영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실로, 연구실의 기술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례 4: 승일실업(주) – 난간대도 기술 혁신의 대상이다
건축용 난간대는 안전성, 실용성, 기능성, 가격 모두에서 끊임없는 개선이 필요한 제품이다. 승일실업(주)의 김재웅 대표는 연구소장 박철진을 중심으로 한 연구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누군가는 “난간대가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승일실업은 달랐다. 이 기업은 새로운 개념의 난간대를 끊임없이 개발하며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승일실업의 성공 비결은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문화에 있었다. 생산직 직원도, 영업직 직원도, 사무직 직원도 자유롭게 개선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제안된 아이디어는 연구소장을 포함한 연구원들이 기술적 검토를 거쳐 특허 출원으로 연결된다.
김재웅 대표가 필자에게 말했다.
“난간대 하나에도 개선할 점은 무궁무진합니다. 문제는 직원들이 ‘내 의견도 들어주겠지’라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또한 연구 일정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화 덕분에 연구원들은 남다른 창의성과 몰입도를 보여줬다.
사례 5: 신지남전자(주) – 산업용 선풍기와 히터, 특허로 차별화하다
산업용 선풍기와 산업용 히터. 흔히 ‘단순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지남전자(주)의 최미경 대표는 이 제품들에 기술 혁신을 더해 업계 선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핵심은 ‘기존 제품의 작은 변화’였다.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블레이드 구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히터 구조, 사용자 편의를 개선하는 조작부 설계 등 이러한 작은 개선들이 모여 신지남전자는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제품군을 갖추게 되었다.
최미경 대표는 연구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표는 외부 아이디어 공모전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학의 산학협력단, 개인발명가, 스타트업 등 외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연결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사례 6: 현우엠엔씨 – 방화용 스크린셔터, 기술로 생명을 지키다
방화용 스크린셔터 시스템의 개발자이자 이 분야의 선두 기업인 현우엠엔씨 김상근 대표는 화재 시 인명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 이라는 가치와 기술 혁신의 '결합’이다.
단순히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화재 현장에서 더 빠르고 더 안전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김상근 대표와 연구원들은 수많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
김상근 대표는 연구원들에게 자율권을 많이 부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구 주제를 스스로 선정하고 연구 일정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화 덕분에 현우엠엔씨의 성장은 기술 개발을 토대로 한 특허의 힘을 잘 보여준다.
사례 7: 그 외 특허 선도 기업들의 공통점
이 외에도 수많은 특허 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새로운 두릅 재배법과 두릅 제품을 개발한 대한두릅 농업회사법인 이춘복 대표
타이어 가류금형용 에어벤트기로 세계 수출을 이끄는 (주)메가산업 서석준 대표
유아용품의 아이디어 뱅크인 꼬마호랑이 이정희 대표
전등 개발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1위 기업 렘스텍(주) 석형식 대표
산업안전용품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신영(주) 모은영 대표
지게차용 배터리 창의 개발의 선두주자 우주솔루션(주) 정재훈 대표
천안의 명과 신상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맨 오명준 대표
컨테이너를 활용한 스마트팜의 선두기업 엠에스티(주) 하봉호 대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하나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그것은
‘특허가 경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
특허를 단순한 부수적 성과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 이 있다. 연구소장, 연구원, 현장 직원, 영업사원, 대표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술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특허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네 번의 연재를 진행하며, 필자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고 싶다.
“기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 답은 명확하다. 사람에게서 온다.
연구소장 김기영과 연구원들, 그리고 이성도 대표. 현장의 소리를 듣는 임영순 대표. 안전과 기술을 결합한 모은영 대표. 난간대에 혁신을 더하는 승일실업의 연구원들과 박철진 연구소장. 산업용 제품을 차별화한 최미경 대표. 생명을 지키는 방화 스크린셔터 기술을 개발한 김상근 대표. 소방 장비와 안전제품으로 선도하는 변정조 대표. 그리고 천안 명과의 아이디어맨 오명준 대표, 두릅으로 새로운 시장을 연 이춘복 대표, 세계 시장을 향한 서석준 대표, 유아용품의 아이디어 뱅크 이정희 대표, 천장 전등 시장의 강자 석형식 대표, 지게차용 배터리 창의 개발의 선두주자 정재훈 대표.
이 모든 분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들은 ‘사람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보상하고, 권리화하고, 사업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결과 그들의 기업은 각 분야의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연재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것이다.
1회: 아이디어는 연구실이 아니라 현장의 불편함 속에 있다.
2회: 특허는 등록이 끝이 아니라, 전략적 권리화가 시작이다.
3회: 특허는 정부 지원,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업, 라이선싱 등 다양한 길로 현금화할 수 있다.
4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직원이 연구원이 되는 조직 문화’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당신의 회사에도 잠든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깨우는 시스템과 문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라. 직원의 의견 하나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부터. 제안 하나에 작은 포상금을 주는 것부터. 그 변화가 모여 당신의 회사를 특허 친화적 조직으로, 그리고 그 분야의 선두주자로 만들어갈 것이다.
백성수 한국지식재산감정원 대표
백성수 칼럼니스트는 공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마쳤다. 개인발명자와 중소기업 2,000여 곳의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문제 해결과 권리 방어·행사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상, 지식재산처장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우주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사와 한국지식재산감전원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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