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기업 실적호조·순환매에 강력한 상승랠리
혁신기업 상장땐 美증시 또 한번 리레이팅
ETF 400조 시대…질적 성장 나아가야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오천피’를 제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팔천피’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자산운용 업계에서 첫 코스피 5000 전망을 공개적으로 제시했을 때와 동일하게 국내 증시를 끌어올릴 핵심 동력은 여전히 반도체라는 판단에서다.
임 본부장은 당시 5000 선 전망의 근거로 일본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재평가 가능성을 들었지만 지금은 시장 평가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예전에는 국내 기업들의 어닝 변동성이 커서 자산가치 대비 지표인 PBR을 주로 인용했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가파르게 상향돼 애널리스트 뷰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본과 대만의 PER은 각각 16배·18배 수준인데 한국의 경우 과거 12개월 선행 PER 고점(10.4배)만 적용해도 8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세는 증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이외 섹터에서도 호재가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반등을 이끈 조선·방산·원전 업종에 더해 증권과 금융·자동차·건설 등까지 상승 동력이 겹쳐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코스피가 전고점을 다시 뚫고 올라간 상황에서 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라며 “외생 변수만 없다면 국내 주식 투자의 비중을 보다 공격적으로 확대해도 괜찮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상품의 강자로 꼽히지만 임 본부장의 시선은 미국 증시의 재평가 가능성에도 닿아 있다. 그는 미국 시장의 향후 변수로 대형 신규 기업공개(IPO)를 지목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휴머노이드), 앤스로픽·오픈AI(소프트웨어), 스페이스X(우주) 등 혁신 기업들이 상장될 경우 미국 증시가 다시 한번 리레이팅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임 본부장은 “과거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에너지·금융 중심에서 인공지능(AI)·플랫폼 기업들로 완전히 바뀌었듯 파괴적 혁신 기업들이 상장되면 주도주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자산운용의 최근 상품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AI 반도체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 전력 인프라, 광통신으로 이어지는 병목 해소 흐름 속에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올해 상장한 ‘KODEX 미국우주항공 ETF’와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ETF’가 대표적이다.
임 본부장은 400조 원 시대를 맞은 국내 ETF 시장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테마 ETF의 ‘순도(purity)’ 제고와 운용사의 자정작용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임 본부장은 “이름은 비슷한데 ETF마다 순도는 굉장히 다를 수 있고 수익률 경쟁이 과열되면 테마와 크게 관계없는 종목이 편입될 수도 있다”며 “운용사는 상품을 설명할 수 있는 마지막 공식 게이트웨이인 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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