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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민병두의 나이이즘 (69)] 죽음을 축제로 즐기는 일본 사람들

VR 헤드셋을 쓰면 지옥에 떨어지는 체험을 할 수 있고, AI는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정리해준다. '3개월 후 죽음이 선고된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49장의 카드로 탐색하는 워크숍도 있다. 이런...

[민병두의 나이이즘 (69)] 죽음을 축제로 즐기는 일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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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 나이이즘 (69)] 죽음을 축제로 즐기는 일본 사람들

민병두

입력 : 2026.04.17 05:38

ㅣ 수정 : 2026.04.17 05:38

'생과 죽음의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를 지향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매년 4월,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는 조금 낯선 축제가 열린다. 관에 들어가 눕고, VR로 지옥을 체험하며, 맥주를 마시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스 페스(Death Fes)'다. 죽음을 금기가 아닌 축제로 여기는 행사이다.

데스 페스는 '죽음'을 테마로 한 웰다잉(Well-Dying) 축제다. 무겁고 침울한 장례 박람회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더 팝(Pop)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생과 죽음의 웰빙을 밝고 유쾌하게 탐구하는 문화적 무브먼트다.

2024년 첫 개최 당시 2000명이던 참가자는 2025년에 42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10대부터 90대까지, 그야말로 전 세대가 모여 죽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30~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 축제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삶의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된 선택임을 보여준다.

축제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화려하게 주문 제작된 관 속에 누우면, 스태프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조사'를 대신 읽어준다. VR 헤드셋을 쓰면 지옥에 떨어지는 체험을 할 수 있고, AI는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정리해준다. '3개월 후 죽음이 선고된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49장의 카드로 탐색하는 워크숍도 있다.

이런 체험들이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지만, 실제 반응은 정반대다. 한 젊은 남성 참가자는 간병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해 왔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며, 행사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오늘 여기에 와서 좋았다"는 그의 말은 이 축제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데스 페스를 이끄는 두 공동대표, 이치카와 노조미와 오노 리나는 약 20년 전 도쿄의 한 육아지원 NPO에서 만난 사이다. 한 명은 사회적 기업가로, 다른 한 명은 천문학을 공부한 IT 전문가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생과 죽음의 웰빙'이라는 공통의 화두 앞에서 함께 이 축제를 만들었다.

이들이 4월 14일을 '좋은 죽음의 날(よい死の日)'로 정한 건 언어적으로 인식하기 편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일본어는 숫자 하나에 여러 가지 읽기 방식이 있는데, 이를 조합해 의미 있는 단어를 만들었다. 4(よ)와 1(い), 그리고 숫자 4의 또 다른 읽기인 4(し)를 결합하면 '요이시(よい死)'가 되며, 이는 '좋은(よい)'과 '죽음(死)'이 된다.

일본에서 숫자 4는 '죽음(死, 시)'과 발음이 같아 기피 대상이었으나, 이를 역발상으로 활용해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잘 준비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바꾸었다. 단순한 말장난은 아니다. 매년 이날 일본 사회가 함께 삶과 죽음을 돌아보는 문화적 습관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데스 페스는 2023년 4월, NPO 법인 ETIC의 사회 문제 해결 프로그램 'Beyonders(비욘더즈)'에서 시작됐다. 이치카와 노조미와 오노 리나 두 공동대표는 이 프로그램에서 '생과 죽음의 웰빙'이라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같은 해 8월부터 시부야 히카리에에서 '데스 페스 실행위원회'를 시작했다. 2024년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도쿄 시부야 히카리에에서 제1회 데스 페스가 개최됐다.

첫 행사에서도 약 2000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25년 4월에 개최된 제2회 데스 페스에서는 참가자가 4,200명으로 2배 증가했다. 연령층은 10대부터 90대까지 폭넓게 분포했으며, 특히 30대~50대가 50% 이상을 차지했다. 출품 기업은 57개사, 미디어 취재도 14개사에 달했다.

2026년 4월 11일~16일에 '데스 페스 2026'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미 죽음을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한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평소 터부시되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자, 참가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깊은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한 젊은 남성 참가자는 간병 현장에서 많은 죽음을 목격했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통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데스 페스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일본 사회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문화적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죽음을 더 팝하게, 종활을 재정의한다'는 슬로건 아래, 참가자들은 죽음을 직면함으로써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고 있다.

이치카와 노조미와 오노 리나 두 공동대표는 "죽음을 민주화(democratize)하고, 개인이 원하는 종(終)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장례 방식의 다양화를 넘어, '생과 죽음의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민병두 프로필 ▶

現 뉴스투데이 회장 / 前 20대 국회 정무위원장 / 前 보험연수원장 / 前 문화일보 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 저서로 '빛의 혁명', '도시는 사람이다',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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