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시작한 ‘2026년 7월 1회차 시정회의’가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고양시청 유튜브 갈무리
고양특례시가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시정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정책 논의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8일 오전 10시 열린 ‘2026년 7월 1회차 시정회의’는 민경선 고양시장이 취임 직후 1호 결재로 추진한 ‘열린 고양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민 시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한 지 일주일이 돼 가는 시점에 첫 시정회의를 생방송으로 하게 됐다”며 “시민이 지켜보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정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회의 생중계와 함께 시장실 1층 이전, 문자 민원 직접 청취, 고양고양이 캐릭터 부활, 김대중 사저 개방 등을 열린 고양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으로 설명했다.
특히 민 시장은 김대중 사저 개방의 의미를 언급하며 “김대중 사저는 평화·인권·민주의 산실이자 IMF 경제위기 극복을 준비한 역사적 장소”라며 “고양시도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벗고 자족도시로 도약해야 할 골든타임에 있다”고 강조했다.
◇ 청년 고용률 하락·외부 통근 11만5천 명…“위기의식 크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고양시 고용 현황과 일자리 창출 대책이었다. 시는 최근 5년간 인구·산업·고용 지표를 보고하며 청년층 감소와 고령화, 영세 사업체 중심의 산업 구조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고양시 인구는 106만81명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14세 이하와 15~29세 인구는 각각 연평균 4% 안팎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연평균 6.4% 증가해 노동 공급 감소와 산업 현장 인력 부족 우려가 제기됐다.
고양시 사업체는 11만9천여 개, 종사자는 39만6천 명 수준이지만 5인 미만 사업체가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고용률은 66.9%로 전년보다 1.8%p 하락했고, 특히 청년 고용률은 38.3%로 4.6%p 떨어졌다. 전체 취업자 55만 명 가운데 약 11만5천 명은 고양시 밖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족 기능 확충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민 시장은 보고를 받은 뒤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청년 고용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일자리 정책을 고양시정의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오전 10시 열린 ‘2026년 7월 1회차 시정회의’에서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양시청 유튜브 갈무리
◇ 공업물량 확보 ‘6개월 과제’로 제시…경제자유구역도 속도 주문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쟁점은 공업물량 확보였다. 시는 현재 일산테크노밸리, 창릉신도시 기업이전단지, 자체 보유 물량 등을 포함해 약 31만5천㎡ 규모의 공업물량을 보유·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시장은 회의 중 행정 용어가 시민에게 어렵게 전달될 수 있다고 보고 직접 공업물량의 의미를 풀어 설명했다. 그는 “고양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여러 규제 속에서 기업 유치에 불리한 구조를 안고 있다”며 “법 개정이 쉽지 않다면 법 테두리 안에서 공업물량을 확보해 조성원가 공급과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이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업물량은 장기 과제가 아니라 6개월 안에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경기도, 국토교통부, LH, GH를 실·국장들이 직접 만나고 압박할 것은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시장과 기획조정실 등은 별도 TF 구성을 통해 경기도와 협상하고, 사용되지 않는 타 시군 공업물량을 고양시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 시장은 전임 시정에서 추진된 경제자유구역에 대해서도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계승하겠다”면서도 “규모와 방식은 산자부와 경기도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1단계부터 빠르게 추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의료·관광·AI·교통까지 확장…부서별 일자리 아이디어 쏟아져
회의에서는 공업물량 외에도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제시됐다.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한 의료 데이터·바이오 산업, 명지병원·동국대병원·일산병원 등 의료기관과 연계한 의료관광, 청년 공간인 내일꿈제작소 기능 강화, 유니콘 기업 페스티벌 유치, 통합돌봄과 노인 일자리 확대, 에너지관리시설 현대화 사업과 지역 업체 연계 등이 논의됐다.
민 시장은 “국립암센터는 세계적 수준의 암 전문기관인데 고양시가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암 빅데이터, 의료기기, 신약 개발, 의료관광까지 연결하면 고양시의 중요한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도 나왔다. 민 시장은 꽃박람회나 킨텍스 행사 입장료 일부를 고양시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상품권 형태로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천 원, 2천 원이 아까워서라도 지역 상점에 들르면 결국 1만 원, 2만 원을 쓰게 되고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파주·김포·양주와 연계한 광역 관광 코스, 고양형 스마트팜과 화훼특구 고도화, 기업 현장 일자리 발굴단, 지역업체 공공조달 확대, 군사보호구역 조정 대응, 자율주행·UAM 등 미래교통 산업 선도 방안도 거론됐다.
8일 오전 10시 열린 ‘2026년 7월 1회차 시정회의’ 장면. 사진=고양시청 유튜브 갈무리
◇ 유튜브 댓글창도 ‘시민 회의장’ 역할…응원과 제안 함께 올라와
생중계가 진행되는 동안 유튜브 댓글창에는 시민 반응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시정회의를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신선하고 감동이다”, “시민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고양시에 살면서 시정회의 생중계는 처음이라 좋다”, “공무원들이 고양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시간 소통의 장점도 드러났다. 일부 시민이 “시장님 마이크 소리가 작다”고 의견을 남기자 고양시 공식 계정은 “시장님 마이크 볼륨을 조정했다”고 답했다. 이후 “마이크 잘 들린다”는 반응이 다시 올라오며 생중계 현장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뤄졌다.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공업물량이 꼭 필요한 제조·생산 공장형 기업도 유치해야 하지만, IT기업·금융핀테크·연구시설 등도 우선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시민은 다함께돌봄센터 운영비 지원 기준과 타 지자체 사례 비교 검토를 요청했고,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서는 “담당자의 주관적 보완 요구가 아니라 법규에 근거한 자료 요청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양시 공식 계정은 댓글창을 통해 “시정해주고 계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채팅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안내했다.
◇ 민경선 “지시보다 경청…쉬운 언어·데이터 행정으로 바꿔야”
민 시장은 생중계 도입 취지와 관련한 중부일보의 질의에 “다른 지자체도 간부회의를 생중계하지만 저는 많이 들으려고 한다”며 “멍석을 깔아주고 지시하는 방식보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생방송에 대한 두려움이 간부 공무원들에게 있는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점차 좋은 토론 문화와 상향식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의 중에는 공직자들에게 쉬운 언어 사용도 거듭 주문했다. 민 시장은 “행정 용어보다 시민들이 알아듣게 설명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5~6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채널을 돌린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데이터 기반 행정과 AI 행정 도입도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외치면서 실제 정책 결정에는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자리 창출도 상장기업 유치 목표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AI 행정을 통해 행정 효율과 대민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회의 생중계는 민선 9기 고양시가 내건 ‘소통 행정’의 첫 공개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민감한 현안까지 어느 수준으로 공개할지, 시민 의견을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공직자들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어떻게 정착시킬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고양시는 다음 시정회의를 8월 초 열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세부 일정을 안내할 예정이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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