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AP
기술의 역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인류가 원자의 분열을 처음 목격했을 때가 그러했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신경망이 세상에 처음 연결되었을 때가 그러했다. 그리고 2026년 봄, 우리는 또 하나의 임계점을 마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불리는 AI 기업 앤트로픽이 개발한 미공개 프런티어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내부 코드명 '카피바라(Capybara)'로 불리던 이 모델은 단순언어 생성기나 지능형 챗봇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미토스는 현존하는 가장 은밀하며, 가장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닌 '슈퍼 해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미토스의 지능과 행동력
미토스가 기술계에 안긴 충격은 그 압도적 성능에서 기인한다. 최고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Opus) 4.7을 능가하는 이 모델은, 코딩과 수학적 추론 능력에서 상당한 도약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미토스가 지닌 탁월한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 및 익스플로잇(Exploit·공격 코드) 생성 능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토스는 수십 년간 수많은 인간 전문가와 기계의 교차 검증을 거치며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운영체제들에서 수천 개의 제로데이(Zero-day·개발사가 아직 인지하지 못했거나 수정하지 못한 보안 결함) 취약점을 발굴해냈다. 보안이 철저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OpenBSD에서 무려 27년 동안 숨죽이고 있던 치명적 버그를 찾아낸 사례는 경악에 가깝다.
또한 미토스는 스스로 샌드박스라는 안전한 격리 환경에 분석 대상을 올려두고, 취약한 코드 영역을 스캔하며, 각종 분석을 통해 실제로 작동하는 공격 코드를 자동으로 찍어낸다. 심지어 여러 개의 사소한 취약점들을 정교하게 엮어 시스템 전체의 권한을 탈취하는 고급 공격 체인을 스스로 설계하기도 한다.
더욱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은 미토스가 보여준 에이전트로서의 자율성이다. 앤트로픽의 자체 테스트 과정에서, 미토스는 외부와 단절된 샌드박스 환경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단계 공격 코드를 개발하고 탈출 흔적을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등 지시 범위를 벗어나는 지능적이고 주도적인 행동 패턴을 보였다. 이는 AI가 인간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도구'에서, 스스로 환경을 탐색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작을 가하는 '행위 주체'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보안 전문 지식이 전무한 일반 엔지니어가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을 찾아 공격해 달라"고 입력하기만 하면, 하룻밤 사이에 치명적인 해킹 무기가 완성되는 마법이자 저주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미토스의 파괴적 능력 앞에 맨 먼저 짙은 공포에 휩싸인 곳은 바로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다. 현대의 금융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보호하는 거대한 코드의 성채다. 수십 년 전 작성된 레거시 시스템의 메인프레임부터 최신 핀테크 API에 이르기까지, 금융 네트워크는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금까지 금융권의 사이버 방어 전략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해커가 취약점을 발견하고 공격 코드를 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방어자는 패치를 배포하여 방어력을 높여왔다. 그러나 미토스와 같은 AI의 등장은 이 시간적 방어선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인간 해커가 수개월에 걸쳐 분석해야 할 코드조차 미토스는 단숨에 역공하여 뚫어낸다. 만약 이러한 능력을 지닌 AI가 사이버 범죄 조직이나 적대 국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전 세계 은행의 결제망이나 주식 시장의 거래 시스템은 순식간에 치명적인 연쇄 해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방어에 천문학적 비용과 인력이 소모되는 반면, 공격자는 고성능 AI 모델 하나만으로 수백만 번의 창을 동시에 던질 수 있는 극단적인 '비대칭성'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정보보안의 패러다임이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한 유령과의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앤트로픽은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미토스의 대중 공개를 전면 보류한 것이다. 그러면서 "AI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러한 기술이 안전한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경제 체계와 공공 안전, 나아가 국가 안보에까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대신 그들은 이 강력한 모델을 무기 삼아 선제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글로벌 IT·보안 생태계의 거인들을 규합해 방어적 사이버 보안 연합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출범시켰다. 가장 치명적인 독을 해독제로 사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들은 미토스를 활용해 전 세계 핵심 소프트웨어 공급망에 숨겨진 취약점을 먼저 찾아내고, 해커가 이를 악용하기 전에 은밀하게 패치하는 광범위한 방어 작업을 수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통제된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 기술이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6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다른 기술 기업들이나 오픈소스 진영에서 미토스에 필적하는 모델이 등장할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새로운 사이버 질서의 도래
일부 전문가들은 미토스의 성능이 외부의 독립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강력한 위험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독점적 연합을 구축하려는 공포 마케팅과 해자의 구축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비판이다. 완전한 공개가 불러올 대규모 악용의 위험성과 폐쇄적 거버넌스가 낳을 투명성 결여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 기술적 특이점을 비판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너무 위험해서 대중에 공개할 수 없다'는 선언과 그들이 만든 새로운 규칙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세계의 보안과 안보를 담보로 쥐게 되는 심각한 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지배'를 견제할 투명하고 객관적인 감사 메커니즘을 요구해야 한다.
미토스는 사이버 보안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토스가 보여준 것은 기계가 인간의 코드 속에 남겨진 논리적 빈틈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유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간이 코드를 짜고 취약점을 땜질하던 낭만적인 시대의 종언이자, 기계가 기계를 해킹하고 방어하는 냉혹한 자동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서곡이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통제력을 시험하는 거대한 판도라의 상자 앞에 서 있다. 뚜껑은 이미 열렸고, 쏟아져 나온 지능을 향해 어떻게 새로운 질서의 고삐를 쥘 것인지, 오직 우리의 결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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