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위기 딛고 실무협상 첫 결과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완화 ‘레바논 분쟁 해결 기구’ 설치
최대 난관 ‘레바논 문제’ 첫 성과…이란, 동결자산 해제 등 “진전”
미·이란 ‘고위급 위원회’ 신설 MOU 이행 점검·관리 방안도 담겨
호르무즈 재봉쇄 우려 등 위험 요소도…한국 선박 2척, 해협 통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인 양국 협상팀이 파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첫 협상 결과를 이끌어냈다. 양국은 가장 큰 난관으로 거론됐던 레바논 전선의 무력 충돌 해소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연락 채널 구축에도 합의했다.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4자 고위급 회담에서 미·이란 양국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파키스탄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레바논에서의 군사 활동 중단을 보장하기 위해 ‘레바논 분쟁 해결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엑스에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끊임없는 중재 덕분에 레바논 전쟁 종식에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그 첫 번째 시험은 레바논 분쟁 해결 기구”라고 적었다.
중재국 성명은 어렵사리 성사된 협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개됐다. MOU 체결 후 ‘60일 협상’을 시작한 양국은 첫 회담을 80분 만에 종료했다. 이란 협상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적 발언’을 이유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직전 “(헤즈볼라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더 강력하게 이란을 공격할 것”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그들을 박살 낼 것” 등 위협적 발언을 쏟아낸 직후였다.
이후 이란 협상팀이 귀국길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양국은 중재국 참석하에 약 18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을 이어갔다. 공동성명에 “기술적 회담은 이번주 남은 기간 계속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양국이 MOU 이행 방안과 관련 실무그룹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22일 스위스에서 개시한다고 이란 이스나통신이 보도했다.
레바논 분쟁 해결 기구는 이스라엘·헤즈볼라 무력 충돌을 완화하려는 시도의 첫 결과물이다.
이스라엘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유엔 레바논 임시군(UNIFIL)은 지난 3월2일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군 공습이 없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 N12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테브니트의 헤즈볼라 작전시설을 레바논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레바논 회담 후 ‘시범지역’을 정하고 이들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에 조심스러운 평온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22일 오전 6시부터 이스라엘 북부지역 전선에 내려졌던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MOU 문안에 담긴 이란 동결자산 처리 방안, 호르무즈 해협 통제 방안 등이 밤샘 협상에서 큰 틀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장관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면제되고, 봉쇄가 해제됐으며, 동결자산 일부가 풀려났고,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 및 개발 계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중재국 공동성명에는 미·이란이 ‘고위급 위원회’를 신설해 MOU 이행 상황을 점검·관리하는 방안도 담겼다. 성명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으며, 추가적인 기술 회담을 즉시 개시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사고와 오판을 방지할 목적으로 당사국 간 연락 채널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국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며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위험 요인은 곳곳에 남아 있다. 스위스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이 합의되면서 해협 통항은 재개 수순에 들어갔지만, 말 한마디와 총성 한 발 같은 작은 충돌에도 해협이 다시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레바논 전선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부는 항전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국민을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에 레바논 남부의 보안구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총리로서 이 입장을 명확하고 확고하게 고수하며 그 어떤 것도 이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욤은 이스라엘이 철군 조건으로 리타니강 북쪽의 모든 헤즈볼라 철수, 강 남쪽의 헤즈볼라 기반시설 해체, 잠재적 위협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완전한 작전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종전 MOU 체결 이후 처음으로 한국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해양수산부는 22일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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