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3월 19일 16시 25분
넘버스
유료 사이트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CI / 사진 제공 = 미래에셋벤처투자
오는 24일 미래에셋벤처투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논의할 상근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로 지명된 인물이 미래에셋증권에서 20여년간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계열사 퇴직 임원을 재기용하는 전관예우식 인선이라는 비판과 함께 감시·견제 기능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미래에셋벤처투자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상근 감사로 선임할 예정인 윤성범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미래에셋증권에 몸담으며 IT부문 대표와 정보보호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벤처투자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를 두고 그룹 내 핵심 조직에서 장기간 근무해온 인물이 자회사 경영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회사 정관상 감사는 회사의 회계관리제도와 업무 전반을 감사하고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된 감시기구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사업보고서에도 '감사가 주요주주와의 관계 등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했지만, 그룹 출신 인사가 해당 직을 맡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투자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내부통제가 필수인 벤처캐피탈 특성상, 계열사 간 거래나 투자 판단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후보 선출을 반복해 왔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2019년 기업공개(IPO)를 전후로 상근 감사 체제를 도입한 뒤 단 한 번도 외부 인사를 감사로 선임한 적이 없다. 이상걸(2018~2019)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를 비롯해 이봉민(2019~2022) 전 미래에셋증권 준법감시인, 김광수(2022~현재) 전 미래에셋생명 법인영업본부장 등 역대 상근 감사 모두 계열사 임원을 지냈다. 이들의 그룹 내 평균 재직 기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상장 이전 비상근 감사 시절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만열 전 미래에셋증권 사장, 유혁선 전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그룹 인사가 번갈아 감사를 맡았다.
이는 결국 후보를 검증하고 추천하는 이사회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독립성 결여 우려가 있는 인물을 지속적으로 낙점해온 만큼, 이사진 역시 거버넌스 리스크를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상근 감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보단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규제망을 비껴간 '시차 인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법은 최근 2년 이내에 계열사 임직원이었던 자를 감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퇴직 후 결격 사유가 해소되는 시점에 맞춰 후보자를 등록하는 공통된 패턴을 보였다. 가령 2019년 현직에서 물러난 인사가 법적 제약이 풀린 2022년 복귀하는 식이다. 2023년 퇴임 후 3년이 경과한 올해 감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윤성범 전 본부장 역시 같은 전철을 밟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회전문 인사가 고착화할 경우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감사는 경영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의사결정을 견제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룹 출신 인사를 반복적으로 선임하는 구조에서는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형식적으로 요건을 갖췄더라도 실질적인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관계자는 "윤성범 후보자는 퇴직 후 3년이 지나 법적 제한 요건을 벗어났다"며 "IT 및 AI 시스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이 두터운 데다,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